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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2. 농축산업에 대한 올바른 평가(2)

농축산물 전량 수입 의존시 가격 폭등 무기화 우려
축산 부가가치, 자동차·건설보다 높고 미래 유망

  • 등록 2018.05.03 19:01:57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앞서 기술한 내용과 관련해 혹시 오해가 없도록 덧붙인다. 농축산업 분야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부지원이 실효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나마 우리 농축산업이 UR과 FTA에 따른 시장개방에 맞서 경쟁력을 키워왔고, 그 결과 아직도 힘은 들지만 견디고 있는 것은 정부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다.


▶ 어떤 사람들은 국내산 농산물은 비싸므로 저렴한 외국산을 수입해다 먹는 게 낫다고 말한다. 정말 큰일 날 소리다. 우리나라의 농가 호당 경지면적은 1.5ha로 영세하다. 미국농가의 평균 경지면적이 170ha나 되고 유럽의 경우도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50ha인 것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미국, 호주 등 주요 축산선진국 농업경영체의 육우사육두수는 수백~수천 두나 되는데 비해 우리나라 한우농가의 평균사육두수는 30두에 불과하다. 또 그들은 초지방목 위주로 사육하므로 생산비가 훨씬 적게 든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쌀값은 주요 수출국에 비해 3~4배 비싸고 쇠고기 가격도 2~3배 비싸다. 운송비 통관비 관세 등 수입에 드는 각종 비용을 합해도 수입농축산물의 가격이 훨씬 더 싼 게 현실이다.


▶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을 수입해다 먹는 게 낫다는 주장의 근거인 ‘비교우위론’에는 큰 함정이 있다. 리카도(Ricardo)의 비교우위론은 모든 생산요소(자본과 노동)가 동일하게 균질하고 어느 산업으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가정, 즉 모든 생산요소의 완전히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되는 이론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므로 이런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 한편 농축산물은 기상변화에 따라서 생산량의 변동이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즈음처럼 기후변화가 극심한 경우 생산량의 예측이 매우 어렵다. 주요 곡물수출국인 미국이나 남미의 곡창지대에 가뭄이나 수해가 나면 생산량은 20~30% 줄어들고, 수출할 물량이 부족하게 되면 가격은 급등한다. 과거 곡물작황이 나빠지자 수출국들이 수출금지조치를 취한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럴 때마다 국제곡물가격은 크게 뛰었다.
우리가 배합사료 원료용으로 수입하는 옥수수의 경우 작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풍년인 해에는 톤당 130~150달러(C&F)에 구매할 수 있지만, 흉년인 해에는 가격이 배 이상 오르기도 한다. 198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쌀이 부족해서 급히 수입을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세계 쌀 주산지의 작황이 나빠서 수출량이 줄어들자 국제 쌀값이 톤당 580달러까지 치솟았다. 평년에는 360달러 선이던 것이 60%나 급등했다. 때로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금융위기 때 외국은행들이 신용장을 개설해주지 않아서 곡물수입이 어려웠던 경험을 했다. 그러므로 비록 국내 농축산업 여건이 어렵고 생산비가 좀 더 들더라도, 국내 농축산업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 농축산업은 부가가치가 낮고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잘 못이다. 우리나라의 2016년 말 농가호수는 106만 호이고 농가인구는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하다. 농업인 중에 나이가 65세 이상인 고령자가 100만 명으로 40%에 이른다. 농업인구의 감소는 앞으로 더 가속화 될 것이다.  2017년도 농가호당 연간 평균소득은 3천723만원으로 도시근로자 소득의 64% 밖에 안 된다. 논농사를 짓는 농가의 소득은 2천700만원에 불과하다. 농촌에서의 삶의 질, 즉 교육 의료 문화 여가생활 여건 등은 도시와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것이 농촌이 죽어가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고향인 농촌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 그들이 농민이다. 그들은 땅을 일구고 가축을 기르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만약에 농축산업이 무너져서 그들의 생활터전이 없어진다면 누가 그들을 먹여 살릴 것인가. 특별한 기술도 없는 그들에게 어느 산업이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는가. 새로운 빈곤층이 늘어나면 정부가 이들의 생활을 보살펴야 할 텐데 막대한 재정수요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농축산업은 그들의 일터이고, 농촌은 삶의 터전이다. 그러므로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애당초 잘못된 논리다. 이미 농축산업을 영위하면서 250만 농민이 살아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농축산업의 부가가치율을 보면(2017년) 경종분야가 약 60%, 축산은 50%정도 되는데 이는 타 산업에 비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타 산업의 부가가치율을 보면 자동차 20%, 선박 30%, 건설이 40% 정도로서 농축산분야의 부가가치가 낮다고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다.


▶ 농업의 미래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현재의 우리나라 농업은 경쟁력이 없고 미래도 어둡다. 따라서 농축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주장한다. 농축산업은 생명산업이고 식량안보산업이다. 농축산업은 바이오산업분야로서 미래가 유망한 산업이다. 농축산물생산에 BT, IT를 융합해 효율을 높이고 종자·종축개량, 식품가공, 유통혁신, 6차산업화 확대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농축산물은 생산기반을 잃게 되면 우리의 생명을 남의 나라에 의존해야 한다.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 후회한들 복원할 길이 없다. 이래서 농축산업은 영원히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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