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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온고지신(溫故知新) <10>축산물 브랜드 시대 개막

등급별 가격차 커지며 품질 향상…브랜드화 전국 확산
정부, 열기 힘 입어 브랜드전 계획…등판소가 담당

  • 등록 2018.04.18 10:49:15
[축산신문 기자]


윤영탁 전 본부장(축산물품질평가원)


-브랜드의 출현과 등급의 역할
축산 특히 한우의 경우 브랜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등급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된 2000년 이후이다. 그 이유는 돼지나 우유같이 대규모 사육이나 가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성숙되지 못했고, 그 이전에 있었던 가격통제 정책에 따라 품질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육두수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품질 균일화와 꾸준한 공급망 그리고 판매할 수 있는 매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우의 경우 일소에서 고기소로 전환된 지 오래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육규모도 영세했다.
제 1회 축산물 브랜드전이 있었던 2000년의  품질 고급화를 위한 수컷의 거세비율을 보면 한우의 경우 수소대비 거세율은 9.5%에 지나지 않은 반면, 돼지는 88.7%나 되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브랜드를 막 시작한 지방의 모 생산농가 대표가 900kg이 넘는 수소를 도축장으로 가져와 품질에 자신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등급판정 결과를 보고 멋쩍어하는 모습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만큼 축종에 따라 상품화를 대하는 감각이 달랐다.
돼지는 그 당시만 해도 규모화 되었고, 라이프 사이클도 6~8개월 정도라 회전이 빨랐다. 이러한 환경적 여건으로 수컷의 거세화가 급격히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한우는 수소의 경우 18~20개월이면 출하할 수 있는 것을 거세해 28~30개월 사육해 출하한다는 것이 농가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등급별 가격 차별화가 점점 더 크게 나면서 농가에서도 거세해 오래 기르는 것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우의 브랜드화는 등심의 지방 침착정도 즉 근내지방도 중심이었다. 그 이유는 맛의 정도를 육안으로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등급별 가격의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이를 이용한 브랜드화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그 결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5년이 지난 2005년 한우 수소의 거세비율은 거의 50%에 근접하게 되었다.
수소의 거세와 장기비육 그리고 개량과 사양관리의 노하우로 1등급 출현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산자로 부터 1등급의 변별력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있어, 97년 11월 1+등급이 신설되고, 2004년 11월 1++등급이 다시 추가되는 등 품질의 괄목할 만한 향상을 이룩한 것은 브랜드와 등급이 만든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축산물 브랜드전
등급제도의 정착으로 인한 축산물의 품질향상과 그에 따른 브랜드의 출현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만큼 2000년에 들어와 브랜드에 대한 생산자 단체의 열기는 대단했다. 정부도 이에 호응해 브랜드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는 농협과 축협이 통합과정에 있어 정부가 생각하고 있던 축협에 업무를 맡길 수 없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상황으로서 농협(당시 축협)만한 대 정부 파트너는 없었다. 정부는 대안을 찾아야 했고, 그 대안이 축산물등급판정소였다.
필자는 ‘일본식육전’에 가본 경험은 있었지만 정말 이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등급제 이후 새로운 창조를 한다는 설렘이 더욱 강했다. 그 당시 담당국장이 이일에 대해 얼마나 걱정했는지 하루는 필자를 불러 무엇을 전공했느냐 물었는데 식품가공이라고 하니까 마케팅 전문가도 어려운데 하면서 한숨을 내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일을 추진하면서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전시기간 동안 사용할 이동식 냉장 쇼케이스 확보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고정식은 있어도 고기 전용 이동식 쇼케이스는 개발되지 않았다. 코엑스 담당자는 홍콩에서 임대해 사용할 수는 있지만 지금 임대한다 해도 3~4개월은 걸려야 온다는 것이다.
전시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 보여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무대장치이다. 그 무대장치 중 가장 중요한 메인인 쇼케이스는 전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었다. 궁지통(窮之通)이라고 했다. 국내에 있는 쇼케이스 제작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열어 ‘브랜드전이 매년 열릴 것이고, 제작해 임대사업을 하면 좋은 사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좋았다. 이동식 쇼케이스가 해결되니 얼마나 멋진 연출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9월 21일부터 4일간 코엑스 인도양 홀에서 ‘제1회 우리 축산물 브랜드전’이 열렸다. 총 예산7억9천400만원(그중 보조6억4천600만원)에 132개 브랜드업체(한우36, 돼지35, 닭·계란18 등)가 참여했고, 관람인원이 4만8천900명에 이르렀다.
대성공이었다. 혹자는 ‘일본 식육전’에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생산자단체나 앞으로 계획을 하고 있는 단체 그리고 판매업체 모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브랜드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교육의 장이었다.
그 이후 매해 브랜드전은 지속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주최를 하는 실무 책임자 입장에서는 아이디어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브랜드전은 등급제 이후 다시 창조를 시작하는 자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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