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제한지역 내 축산농가 수는 공식적으로 4천93호다.
이들 농가들은 전부 무허가축사다.
이들 농가 중 대다수는 입지제한지역 지정 전 수십 년 동안 그 자리에서 축산업을 영위해 왔다.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국가정책에 의해 입지제한지역에 묶여버렸다. 이른바 ‘선량한’ 농가다.
하지만 이러한 선량한 수천여 농가들이 한꺼번에 생존권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있다.
지난달 26일까지 적법화 신청서를 낸 농가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는 시간을 벌어놨지만, 그 이후에는 축사 문을 닫아야할 대상이 된다.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농가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사용중지·폐쇄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
하루하루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불안불안하지만, 입지제한지역 내 축산농가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적법화 길이 아예 막혀 있다.
농가들이 아무리 돈을 들이고, 노력한다고 해도 ‘무허가’ 족쇄를 풀어낼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입지제한지역 내 축사는 적법화 대상이 아니다”며 여전히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신청서를 받을 당시 처음에는 신청서를 내지 말라고 할 정도로 완강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입지제한지역 지정 전 농가라도 구제해 보려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봤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합동으로 지난달 제시한 적법화 이행기간 운영지침에도 입지제한지역 내 축사에 대한 방안은 완전히 배제해 놨다.
결국 이대로라면 입지제한지역 내 수천 축산농가들은 모두 주저앉고 축산업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축산농가들은 정부 의지만 있다면 입지제한지역 내 축사라도 충분히 적법화 길로 안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총리실 제도개선 TF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입지제한지역의 경우 워낙 많은 법률이 얽혀있다보니, 총리실이 직접 주관해야만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은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농식품부에 중앙부처 TF가 꾸려져 있지만, 이 모델로는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축산인들은 오히려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환경부로 TF를 옮겨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축산농가들은 또 입지제한지역을 한데 묶어서 축사를 무조건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세부사례별로 접근해 적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수변지역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분뇨를 전량 위탁처리한다면 축사운영을 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이러한 상충되는 법률을 적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도저히 불가한 사례라면 이전·보상 대책을 마련해 축산농가들이 다른 데서라도 축산을 할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