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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단상>일본 오키나와현 흑우 사육현장을 보니

악취에도 동네 평온
‘축산 원래 그런 것’ 인식
관대함 느껴져

  • 등록 2018.03.09 13:06:20


윤 봉 중(본지 회장)


축산현장에서 느끼는 축산인들의 첫 번째 애로사항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주위의 시선이다. 지금 축산현장에서는 선대 때부터 가깝게 지내온 이웃들의 눈초리가 점점 달라지고, 소위 ‘굴러온 돌’인 귀농·귀촌인들의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 여기에 편승한 지자체들은 조례나 민원을 빙자한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떼법’이나 ‘정서법’에 의한 것이기에 이의를 제기해본들 소용이 없다.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각종 질병 때문에 축산현장을 바라보는 일반적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런 현실이 반영된 탓인지 급기야 미허가축사를 정리하기 위한 입법수순이 진행 중인데 말이 좋아 적법화지 결과적으로는 축산이 반토막 날게 뻔한 수순이다.
축산형태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이웃 일본으로 시선을 한 번 돌려 보자. 집에서 설을 쇤 후 지인도 만날 겸 해서 오키나와를 갔다가 미야코지마시(市) 외곽의 축산현장 몇 군데를 돌아 봤다. 우리나라 제주도를 연상케 하는 이 지역에는 검정소(현지 사람들은 이를 갈모화우와 앵거스의 누진교배를 통해 혈통을 고정시킨 흑우라고 했다) 사육농가가 몰려 있는데 사육규모는 대부분 20~30두 정도였다.
축사시설이 꽤 괜찮은 곳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1960~70년대 외양간을 연상케 하는 축사<사진>가 많았다. 블록벽돌로 지어진 축사가 오래 되어 허물어질 것 같은 곳도 적지 않아 이런 곳에서 소를 기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좁은 축사 내부는 언제 청소를 했는지 분뇨가 가득했고 더러는 배설물을 긁어모아 우사 옆에 쌓아두어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했다.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죄악으로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성정(性情)으로 미뤄볼 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는데 동네 분위기가 조용하다 못해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주변에 일반 경종농가가 여러 가구 있었고 우사 옆을 지나는 행인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리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난리가 나도 열 두 번은 나야 할 일인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헷갈리는 장면이었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현실’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결론은 축산에 대한 관대함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관대함은 축산은 원래 그런 것이고, 농촌에 반드시 있어야 할 산업이란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미야코지마의 축산현장이 그렇다고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게 아니고 축산현장의 악취를 규제하지 말자는 건 더 더욱 아니다. 다만 축산은 원래 냄새가 나기 마련이라는 현실을 이해하고 농촌과 나아가 국가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축산에 대해 조금은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축산현장의 악취방지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어야 한다. 미허가축사 적법화문제로 축산현장이 얼어붙어 있는 보습을 보면서 미야코지마에서 보낸 시간이 마치 꿈을 꾼건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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