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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온고지신(溫故知新)-(1) / ‘도체등급제도’의 태동

UR 대비 국내산 쇠고기 품질경쟁 지표로 도입
소 냉도체 등급기준 마련 유통혁신 가져와

  • 등록 2018.03.02 11:15:31
[축산신문 기자]


윤영탁 전 본부장(축산물품질평가원)


-UR, 위기는 기회다.
얼마 전 ‘명견만리’라는 TV프로에서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의 “농업에 투자하라”는 말에 한동안 내 귀를 의심했다.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알고 있는 농업에 투자하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바닥을 쳤고, 기술적 진전이 이루어져 사업성이 밝다고 본 것일 것이다.
짐 로저스의 이런 말에는 깊은 함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투자의 대상이 되는 농업은 종래의 방식이 아닌 현대화되고 특화된 안심 농업을 의미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농업은 어떨까? 영세해 고비용적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을까? 일견 규모화 정도와 생산비적 측면에서 보면 경쟁력이 없어 보일 수 있으나 품질과 안전·위생적인 면에서 특화시킨다면 그의 말에 공감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또 어느 TV프로에서는 정체된 우리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천재는 잊어라.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혁신에 이르게 하는 축적의 과정이다”라며 스케일 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예를 든 것은 농업은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지만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도마련과 실행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와 기술축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 농업 특히 축산은 산업화와 세계화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의 큰 틀 중 하나가 우루과이라운드(UR)를 준비하면서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UR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당시로서는 우리 축산이 앞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컸다.
UR이 중요 관심사였던 이유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농산물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1986년에 시작되어 1993년에 타결된 이 협상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게 되었는데 우리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고 오늘날 축산의 공기와도 같은 ‘도체등급제’도 그때 시작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면서 얻은 많은 기술과 데이터의 축적을 다가올 미래에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가 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고 현재의 변화는 미래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볼 때, 과거의 일을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떤 변화로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溫故知新)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기준은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초기 우리 축산업 발전에 (사)한국종축개량협회가 기여한 공은 크다. 축산을 산업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였던 시대에, 가시적 성과를 얻는데 오랜 세월이 걸리는 개량이라는 것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우리 축산을 이 정도까지 올려놓은 것이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당시 개량은 정부와의 유기적이 협조가 필요했고 그러한 연으로 1989년 4월 18일 농림부로부터 ‘소·돼지 도체등급제도 시행추진계획’이 협회에 시달되었다.
문제는 시달된 계획에 이미 소·돼지도체 등급기준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시달된 기준은 냉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등급을 판정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당시 상황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 기준제시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도축장은 영세해 냉장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이 전무했다. 따라서 등급제도 시행을 위해 냉장시설을 새롭게 하도록 한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생각했고 사실 그랬다.
그러나 제시된 등급기준 특히 소 도체등급기준이 과연 UR에 대비한 제도로 적합한가였다. UR협상이 타결되어 수입 쇠고기와 경쟁을 할 때 생산비 면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품질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제시된 기준이 그걸 충족시켜줄 지표가 될 수 있는가 였다.
등급제도 추진위원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숙의를 한 결과 냉도체(冷屠體)로 실증시험을 다시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당시 축산시험장에서 기르고 있던 후대검정우 90두를 포함한 154두의 도체특성과 해체성적을 토대로 냉도체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소도체등급기준(안)이 마련되었고 그 기준이 시대에 맞게 조금씩 조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와는 달리 돼지도체등급기준은 당초 제시된 기준인 온(溫)도체 상태에서 중량과 등지방두께에 의한 판정방법에 큰 이견이 제시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소와는 달리 돼지도체의 냉장화는 실현 불가능했고 품질보다는 출하체중의 규격화와 등지방두께와 정육량간 상당한 상관관계가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은 어떠한 일을 할 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미래지향적으로 할 것인가이다.
미래지향적으로 마련된 소 냉도체 등급기준은 우리축산물 유통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육류의 냉장유통 시대를 열었고, 강제급수, 소위 물 먹인 쇠고기 등 부정 유통이 방지되었다. 그리고 육질과 육량에 대한 개량과 사양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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