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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한민국 축산 리셋 하자 / 양돈산업

“사육기반 확보 대책, 소비자 시각서 접근을”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지난해 농업 가운데 생산액 1위 품목으로 부상한 양돈산업. 올해 역시 고돈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산업기반 자체를 뒤흔들 각종 악재속에 짙은 암운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역경을 넘어 지속발전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농장환경에서 부터 생산성 향상, 돼지고기 품질개선, 방역에 이르기까지 농장주의 인식개선과 자구노력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엔 누구도 이의가 없다. 다만 이러한 자구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한게 현실이다.


신규진입 사실상 불가…소비자가 그 부담 안게 돼
비육공간 확보없는 모돈 확대, 밀사 불가피
악취등급제 도입론 부상…사육제한 기준 완화케
소모성 질환 컨설팅사업 대안 찾아야


신규진입, 길 터줘야
국내 양돈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신규 진입이 어려운 현실이 꼽히고 있다.
현재 대부분 지자체가 과학적 근거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가축사육제한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특히 냄새민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돼지에 대해서는 민가에서 반경 2km까지 제한지역을 확대하는 사례까지 속속 출현, 양돈장 신축이 가능한 곳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는 곧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축을 통한 규모 확대는  물론 신규진입까지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양돈장 가격만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웬만큼 사육이 가능한 시설이고, 법률적으로 특별히 문제될게 없는 농장이라면 일관사육형태의 경우 모돈 1두당 1천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돈산업 전체적인 측면에서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기존 농가 입장에서는 결코 나쁠게 없다는 게 현장의 솔직한 반응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떤 재화든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급기반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결국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축사육을 제한할수 있다’ 는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한 조항이 농업 가운데 생산액 1위 산업을 흔들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권리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웬만한 가격차라면 국내산을 선호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 대책은 값비싼 국산 대신 수입돼지고기를 사먹으라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양돈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축사육이 국민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지방조례상 가축사육제한구역의 최대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되 농가의 악취제거 등 환경대책 여부에 따라 해당구역에 포함됐다고 해도 일정범위 내에선 신축을 허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필요하다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제한구역내에서는 악취배출이 최소화 될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경우 국민의 삶의질, 그리고 양돈산업과 소비자 모두를 만족할수 있는 합의점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성, 전문화가 ‘해답’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고돈가 기조속에 생산성 향상 및 생산비절감에 대한 양돈현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게 사실이다.
오히려 고돈가를 겨냥한 양돈농가들의 모돈사육두수 확대 추세로 인해 생산성이 더 떨어질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양돈농가의 상당수가 비육공간 확대없이 모돈사육두수만 늘리다보니 밀사가 불가피,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돈농가들의 자각과 함께 생산성 향상 노력을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을 당부하고 있다. 우선 악취저감대책을 통한 환경개선을 전제로 가축사육제한구역내에 시설개선 노력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법률로 명문화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지자체가 신축 뿐 만 아니라 증개축도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축사시설현대화 지원시 모돈수 대비 충분한 비육장 확보를 의무화하되 번식과 비육을 분리,  전문화를 추진하는 농가를 우선 사업대상자로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각 사육단계별 질병고리를 차단하면서 전문성도 제고, 생산성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시설이나 사양관리 등을 통한 사육환경 개선 노력없이 오직 사료에만 의존하려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과잉영양 공급과 사료비 상승은 물론 돼지고기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점에 대해  범양돈업계 차원의 대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내농장 현실 자각이 시작
축산, 특히 양돈산업 모든 규제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악취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 해법으로 악취등급제가 부상하고 있다.
양돈농가에게 악취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 농장의 악취배출 현황에 따른 개선대책을 마련해 추진할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특히 악취등급제를 가축사육제한구역과 연계, 상위등급 농가에 대해서는 기준을 완화해 적용하거나 해당등급 유지를 전제로 한 신축도 가능토록 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 한 개농장의 악취만으로도 해당지역 민원의 근본적인 차단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 정부의 악취개선 지원사업도 개별농가가 아닌 지역단위로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나 양돈농가 자발적인 사업으로 추진해온 지역단위 악취개선사업이 성과를 거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가 그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생분뇨 배출량이 기준돼서야
자원화 일변도의 가축분뇨 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계절적인 영향으로 액비살포지 확보가 어려운 시기, 가축분뇨 처리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최근의 기후변화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화라는 가축분뇨 처리의 중심기조는 유지하되 농장상황에 따라서는 정화방류도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방류수 수질기준을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개별처리시설 지원을 위한 예산확보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원단위의 현실화도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한돈자조금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유역수계 중심의 가축분뇨 오염기여도 평가연구’ 결과 주요 수질오염 관리대상의 하나인 청미천의 경우 가축분뇨가 수질오염 총량에 미치는 영향은 16.4%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는 수질오염 총량의 60.4%를 가축분뇨가 차지한다는 환경부의 계산과는 달리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배출부하량을 발생원에서 배출되는 양, 즉 생분뇨를 측정기준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이러한 사실은 양분총량제 도입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축분뇨를 관리대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입장에서 그 활용방안을 모색할 때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현장 불신해소 우선
구제역 사태가 반복되고 정부와 양돈현장의 불신이 가중되면서 ‘방역을 위한 방역’이 아닌, ‘양돈산업을 위한 방역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농가 스스로 방역의무를 다할 경우 정책적 불이익은 없다는 확신도 심어주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소모성질환 컨설팅 지원사업에 대한 개선요구도 적지 않다. 그 대안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소모성질환에 대한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 그 결과를 한돈팜스의 성적과 연계해 해당농가로 하여금 자구적인 방역대책에 나서도록 하되 농장별 질병여부를 공개함으로써 가축 전출이나 차량운영시 감염농장에서 비감염농장으로 오염원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 소독약이나 각종 약품지원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질수 있도록 선사용, 후지원 체계로 전환이 검토돼야 한다는 분석도 점차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도움주신 분들: 대한한돈협회, 다비육종 윤희진 회장, 서울대 김유용 교수, 건국대 정승헌 교수, 도드람양돈농협 정현규 박사, 용인시 김인배 팀장, 안기홍연구소 안기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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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Y 25.3두…경북 영천 ‘명성농장’


경북 영천에서 돼지 4천두 규모의 명성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엄홍우·우정규씨 부부<사진>.엄홍우씨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을, 우정규씨는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을 각각 역임할 정도로 두 사람 모두 국내 농업계에 널리 알려진 NGO 활동가다. 하지만 국내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양돈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명성농장은 도드람양돈조합의 전산성적 분석 결과 2016년 한해 PSY 26.6두, MSY 25.3두를 기록했다.


매뉴얼 의한 ‘교과서 관리’…생산성 극대화


‘가족이 먹는 식품 생산’ 신념…기본에 충실한 경영
프로그램 자체 개발해 기록관리 철저…농장장 없어


◆ “현황판부터 부착”
일관사육형태의 명성농장은 지난 2009년 우정규 대표가 농장경영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대외활동에 바빴던 우리 부부를 대신해 매니저가 농장을 잘 이끌어 왔다. 그러나 양돈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나로선 농장 상황 파악이 매우 어려웠다. 제일 먼저 한 일이 돼지정액 검사를 위한 현미경 구입과 함께 모든 구간에 현황판을 부착하는 것이었다.”
체계적인 경영을 위해 전산관리와 기록도 중요했다. 당시 농장의 전산프로그램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우정규 대표는 동생의 도움을 받아 한눈에 각 개체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적용했다. 분만시간과 간격, 사고현황, 양자 후 포유두수 관리 등 각종 특이사항까지 모두 기록으로 관리토록 한 것은 물론이다.
외국인과 초보직원들도 현장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각 구간별 현장관리 매뉴얼 마련에 이어 사료급여 및 백신접종프로그램 등을 담은 지침서도 완성했다. 이는 곧 별다른 추가 노력없이 지난 2010년 HACCP인증을 단 한번의 평가로 획득하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 전문가 컨설팅 뒷받침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직에서 내려와 농장경영에 동참, 환경 부문을 전담하고 있는 부군 엄홍우씨는 이에대해 “농장경영은 아내가 도맡아 하고 있다. 나는 도움만 주는 수준”이라면서도 “기본과 원칙이 중요하다는 아내의 의지가 있었기에 농장장 없이 매뉴얼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 정착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실제로 주간관리(1주)가 이뤄지고 있는 명성농장은 45평의 후보돈사 확보와 150일령 PRRS 음성돈군 도입, 순치, 200일령 이상에서 발정주기 확인 등 후보돈 단계부터 이른바 ‘교과서 관리’ 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지방과 체형에 따른 임신돈 사료프로그램, 분만사 입식 후 돈체소독 및 유방마사지, 야간 및 간호분만팀 운영, 2인1조에 의한 분만처치, 초유급여 이후 36시간까지 분할포유와 양자관리를 위한 대모돈 이동 등의 사례에서도 그 현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이유모돈을 대상으로 포유돈 사료급여를 통한 강정사양실시와 포유모돈 자동급이기 설치에 따른 세밀한 급여량 관리는 최상의 번식성적을 뒷받침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방역위생관리도 다르지 않다. 올인-아웃이 이뤄지고 있는 명성농장은 철저한 차단방역 시스템 구축과 함께 수의전문가에 의한 정기컨설팅을 통해 돈군의 질병위생도 진단과 질병 예방프로그램을 통해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올해 MSY 26두 목표
우정규 대표는 “우리 가족이 먹는 식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원칙을 한번도 외면해 본적이 없다”며 “당연히 기본을 지킬 수밖에 없다. 비육돈출하사료를 출하 45일전부터 급여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각은 ‘기본’ 수준을 넘어 무항생제 사육으로 확대됐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2011년 획득한 무항생제 농장인증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농장 환경 역시 예외일 수 는 없다. 더구나 2차선 왕복도로변에 위치하다 보니 각종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껏 명성농장 자체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민원은 거의 없었다.
“매일 2회씩 미생물 제제를 축사 내외부에 살포하고 있다. 청소와 소독을 위해서다. 남편이 좋아하는 나무를 많이 심다보니 냄새도 줄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긴장하고 있다.”
이렇듯 기본과 원칙을 지키다보니 자연히 같은 규모의 다른 농장과 비교해 직원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우정규 대표는 개의치 않는다. 
“양돈은 경영이다. 투자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가치 있는 투자가 되는 것이다. 무조건 아끼기 보다는 최종생산비와 수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면에서 가족은 물론 도드람양돈조합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그는 “올해 PSY 27.2두, MSY 26두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며 ‘오늘보다 더 멋진 내일’ 이라는 사훈을 다시한번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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