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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축산업에서 ‘정밀’이란 단어의 재해석

  • 등록 2017.02.15 11:18:15

 

양창범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우리나라의 축산업, 그 산업적 비중은 해마다 증가해 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농업·농촌의 전망’ 보고대회에서 발표(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 자료를 살펴보면, 그간 품목별 생산액(2016년 기준)에서 단일품목으로 항상 1위를 고수했던 ‘쌀’을 ‘돼지’가 소폭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추정치이기는 하나 돼지가 6조 6천603억원으로 쌀(6조 4천572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국민식생활 소비의 구조적 변화, 상대적으로 안정된 돼지가격, 그리고 축산농가의 규모화와 경영개선 노력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돈을 포함한 축산업의 경제적 가치와 비중이 매년 커지면서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가축분뇨와 냄새 등 환경 개선문제, 구제역과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질병 발생 문제, 점점 줄어드는 육류자급률 문제 등이 지속적이고 획기적으로 개선 노력해야 할 문제들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가축 생산성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축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밀’이라는 단어가 왜 중요한지, 그 의미를 나름대로 다시 해석해 보고자 한다. 
 우선 가축분뇨 처리와 축산냄새 등 환경개선에 대한 문제이다. 그간 축산냄새(악취)를 잘 해결하기 위하여 축산농가와 정부가 힘을 모아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어 점점 개선되어 가고는 있으나, 아직도 ‘축산냄새’에 의한 갈등(민원)이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최근 ‘깨끗한 축사환경 조성 추진대책’을 실천 중에 있다. 
깨끗한 축산농장이 2016년 500가구에서 2025년까지 1만 가구까지 확대하고, 지역단위 가축분뇨처리 시설의 광역화 등 가축분뇨의 효율적 처리와 활용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축산냄새’ 관리를 포함한 축산환경 개선 관련정책과 기반구축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실천과제는 가축의 생산성을 높여 수입되는 축산물과의 경쟁력 확보와 국민의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농촌(축산)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농가단위별 가축 사양관리에 대한 개념의 변화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에 대한 방법론 중의 하나가 축산 스마트팜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며, 이것은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선진 축산을 향한 힘찬 걸음걸이의 상징이고, 축산농가에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잘 지원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된다. 이 사업의 본질은 축산 현장에 ICT(정보통신기술)의 융복합에 의해 가축의 사양관리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불후의 속담이 있듯이, 첨단시설과 장비가 축산현장에 널리 보급(확보)되더라도, 지속가능한 축산을 실현하기 위하여 강조하고 싶은 단어가 하나 있다. ‘정밀(情密)’이라는 단어로 영어로는 ‘Precision’이다.
이 단어를 강조하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선 농축산분야에서 80년대 중반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립되어 온 정밀농업(Precision Farming)의 개념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자. 정밀농업이라 함은 최적 시기, 최적지역, 최적 생산방식을 고려한 농업생산시스템이다. 또한 센서(Sensor), 정보시스템, 기계, 정보관리 등의 다양한 기술이 융복합된 농업기술이며, 생산지역과 개별가축, 주변 환경과 여건 등을 고려하여 비료와 물, 사료 등의 사용량과 기준을 조절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의 정밀축산(Precision Livestock Farming)의 경우 스마트 축산과 개념에서 유사한 면도 있으나, ‘가축의 생산성과 건강, 동물복지. 환경조절에 대하여 실시간 모니터링(관찰)을 기초로 가축을 잘 관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축산농가에서도 정밀축산(또는 스마트 축산)에 대한 기반구축과 현장접목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나, 이와 더불어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정밀’이라는 단어에 숨어 있는 본뜻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ICT융복합에 의한 축사시설과 사양관리 시스템일지라도 관리자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사양관리의 정밀성’이다. 즉 정량의 사료와 적정 급여시간, 알맞은 환기와 온도 공급, 가축질병(환축)에 대한 세심한 관찰 등 관리자의 철학과 기술이 겸비된 제반시설(장비)의 활용에 있다고 본다. 특히 가축전체에 대한 관리개념도 중요하지만, 개별 두수(頭數) 단위로 관리하는 것이다.
가축의 나이나 체중에 따라 출하(도태)하는 방식에서 개체간 능력, 건강상태 등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특성)를 기초로 하여 우량가축을 생산하는 것이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외양간에서 한우를 사육할 때, 아침먹이를 주기 전후에 개체별로 눈동자와 털의 상태, 걸음걸이, 우는 소리 등을 통하여 소의 건강유무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가?
 요즘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발생하여 농가의 손실은 물론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커서 조기에 사태가 진정되길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또한 축산농가에서 일손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농업인구의 노령화와 감소화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활용 영역이 더 커지고 있는데, 가축질병 방제와 노동력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도 ‘정밀’이라는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사전적으로 정밀이라는 의미는 ‘아주 정교하고 치밀하며 빈틈이 없고 자세함’인데, 가축을 잘 관리하고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사양, 정밀한 방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즉 개체별 사양관리(관찰과 조치)는 물론 현대화된 시설과 장비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도 치밀하고 빈틈이 없는 대응자세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축산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언어 소통의 어려움,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과학적인 사양관리 이행을 위한 정밀(스마트)축산을 실행하는데 많은 지장이 초래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능동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에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언어(한국어) 교육 강화, 농업(축산) 전문교육과정 신설 등이 필요하며, 최근 농촌진흥청과 농협 등에서 발간한 가축관리 관련 외국어판(국가별) 책자를 활용하여 외국인 근로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축산업, 정밀한 현안진단과 준비된 미래대응만이 지속가능한 축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감히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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