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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명’ 벗은 동물성 지방과 환절기 건강

‘누명’ 벗은 동물성 지방과 환절기 건강

  • 등록 2016.12.14 11:10:24

 

문성실  센터장
선진 Meat&Processing 센터

 

고지방 식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최근 한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비롯된 ‘고지방 식단 열풍’은 2016년 하반기 식품 유통가 최대의 이변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류, 유제품 등 평소 고지방 식품으로 기피되던 식품군의 판매가 급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버터가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라고 하니,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는 파급력이 상상 그 이상이다.
고지방 식단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축산업에 드리워져 있던 오랜 선입견을 해소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간 육류,육가공품,유가공품 등 축산물을 바라보는 주된 시각은 “맛은 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다” 였다. 농업생산액의 43%를 차지하고 있는 축산물, 이에 따라 국민 먹거리의 대표주자라는 자부심을 가져 온 축산인들에게 이런 사회적 시선은 항상 아쉬움을 남겨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육류와 영양을 연구해온 입장에서 바라보면, 고지방 식단에 다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의 누명을 해소하는 과정이 또 다른 식품을 새로운 선입견으로 발현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탄수화물에 대한 편견이다. 최근 SNS 등에서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대체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단편적인 정보가 돌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를 내는 열량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대체 가능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각 영양소가 가진 다양한 기능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는 영양소의 단순화다. 탄수화물 0%, 불포화지방 70%의 버터는 좋은 식품일까? 만일 이 버터가 정제염과 각종 화학첨가물이 포함된 가공버터라면 쉽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지방과 탄수화물의 수치적 비교만으로 좋은 식품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타민,무기질, 그 밖에 다른 영양소의 함유량이나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최종 섭취되는 영양은 달라진다. 3대 영양소 조절만으로 건강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우리의 몸은 단순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영양소의 균형이다. 돼지고기를 예로 들면, 지방 중에서도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의 비중이 매우 높기도 하지만, ‘피로 회복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 B1이 쇠고기의 10배나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음식으로만 섭취할 수 있는 필수아미노산 역시 9종이나 포함되어 있다. 돼지고기를 좋은 식품으로 추천하는 것은 단지 천연지방 식품이라는 단순 지표가 아닌 총체적인 영양소의 균형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고기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혈관이 수축하며 고혈압 질환의 위험성이 늘어난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인다고 생각해 육류 섭취를 피하게 되지만, 양질의 고급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할 경우 도리어 혈관 세포의 재생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혈관 세포의 활발한 재생을 돕는 양질의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의 공급이 필요하다.
이런 날 제격인 음식은 삼겹살이다. 고지방 식품으로 기피되어온 바와는 달리, 삼겹살에는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고, 무엇보다 쇠고기를 능가하는 단백질 함량을 가지고 있다. 잘 구운 삼겹살과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많은 신선 채소를 곁들인다면, 고지혈증 등 심혈관 질병 예방은 물론, 추위에 피로해진 몸에 체력과 힘을 제공할 수 있다.
기름기의 과도한 섭취가 걱정이 된다면, 앞다리살과 같은 저지방 고단백 부위를 활용한 수육 역시 좋은 선택이다. 고기를 삶는 과정은 단백질과 각종 무기질의 파괴가 적은 반면, 기름기는 쏙 빠져 담백한 살코기의 맛은 살리고 영양소는 온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특히 급격히 추워진 요즘, 김장김치와 함께 먹는 수육의 맛은 ‘각별’이라는 단어 그 이상의 가치가 아닐까?
‘먹는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고지방 열풍을 통해 오랜만에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참아야 했던 먹는 즐거움을 새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단 하나의 핵심은 지방 섭취 자체를 겁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탄수화물이 또 다른 ‘누명’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이번 변화를 통해 보다 올바르고 건강한 식문화가 사회에 정착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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