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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원로가 보이지 않는다

<‘꼰대’를 위한 변명>

  • 등록 2016.11.11 10:53:19

이  상  호 본지 발행인

 

"위기·갈등상황에선 오랜 경험 바탕
이해관계 떠난 중재가 빛 발하는 법
원로 없는 사회·산업, 건강지수 낮다"

 

꼰대! 난 아닌 줄 알았다. 절대 아닌 줄 알았다. 아니 생각조차 못해 봤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누군가로부터 꼰대취급을 받고 있다면 그런 낭패가 또 있을까 싶다.
며칠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앉은 키 어깨 높이 정도의 칸막이를 사이에 둔 30대 중후반이나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직장인들의 대화는 온통 꼰대 얘기 뿐이었다.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에 훈계만 일삼고 손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조차 시키기만 하는 ‘꼰대’들 때문에 온종일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열변을 토해 냈다. 그들의 상사래야 대부분 50대일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소주 안주’이거니 하기엔 좀 심하다 싶었지만 상당 부분 일리도 있는 얘기여서 움찔했었다.
하기야 지금의 50~60 세대도 사춘기 시절엔 아버지와 담임선생님을 꼰대로 몰았다. 당시 그분들 연세가 대부분 40대였음을 감안하면 그 상사들이 꼰대소리 듣는 건 당연지사일터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니다. 그렇더라도 꼰대라는 단어는 여전히 듣기 불편한 말이다. 이 때문에 옛날에 비하면 꽃 청춘에 속할 지금의 50~60 세대들은 혹여 꼰대소리 들을까 싶어 전전긍긍한다. 그 배불뚝이들의 청바지패션은 탈(脫)꼰대를 위한 눈물겨운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중장년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꼰대는 노년층에게도 불쾌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원로들의 목소리가 가물가물해진지는 꽤 오래 됐다. 나라가 어렵고 혼란스러울 때 정신 차리라며 일갈하는 원로를 보기가 어렵다. 축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외국산 축산물의 공세가 거세지고 농가수가 급속히 줄어드는 내우외환 속에서도 산업계 내부의 갈등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조정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원로는 보이질 않는다.
소위 원로 축에 끼일 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서 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고 지청구만 들을 바에야 입 다물고 뒷방이나 지키는 게 상책”이라고. 그런 원로들을 바라보는 측에서는 나이가 벼슬도 아닌 마당에 간섭이나 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옛날 얘기나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한다. 이들 사이에는 참으로 넘기 어려운 간극(間隙)이 존재한다. 이건 세대차(差)이자  세대갈등이다.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은 자신의 시 ‘청춘’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젊다고 무조건 청춘일 수 없고 늙었다고 다 꼰대로 매도해서도 안 될 일이다. 나이가 무슨 죄겠는가. 문제는 꼰대질이다. 대접이나 바라고 간섭을 일삼는 꼰대질이야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현역시절의 풍부한 경험이 바탕이 된 봉사를 통해 국가사회와 해당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은 장려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원로들의 그런 역할이 없는 사회나 산업이 건강할리 없다.
원로의 역할은 어려움이 중첩된 난국이 닥치거나 갈등이 빈발할 때 빛을 발한다. 활로가 보이지 않아 모두가 갈팡질팡하는 위기상황에서 차분히 중지를 모으며 젊은 혈기가 맞부딪쳐 파열음이 날 때 이를 다독거리며 중재하고 조정하는 것은 경륜이 풍부하고 이해관계에 초연할 수 있는 원로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원로가 없는, 보다 정확히는 원로의 역할이 보이지 않고 고함과 삿대질이 일상화 된 한국축산업의 건강지수는 낮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원로의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환경 탓은 아닌지 반대로 원로들 스스로 뒷방에 머물고 있지나 않은지를 모두 생각해볼 때다.
‘꼰대를 위한 변명’이란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고 들은 풍월 한마디 하고자 한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건 동네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그러니 심신이 건강한 원로들은 과감히 자리를 털고 문 밖으로 나오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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