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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축산자원, 공감을 이끄는 해법

  • 등록 2016.09.09 10:28:08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골목길에 강아지가 눈 똥이 있다. 주위를 지나가던 참새와 닭도 피한다. 슬퍼하는 똥을 위로해주는 것은 흙. 시간은 지나 겨울이 되고 봄이 왔다. 근처에 민들레가 싹을 피우고 강아지 똥에게 거름이 필요하다고 한다. 강아지 똥은 민들레를 보듬고 기꺼이 거름이 된다. 그래서 민들레는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 내용은 1969년에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강아지 똥’이라는 단편 동화이다.
똥을 만들어내는 동물들은 똥을 피하지만 똥을 받아들이는 흙과 식물을 의인화하여 생명의 순환에 대해 아이들이 즐기며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표현하였다. 이 동화는 1969년에 월간 ‘기독교 교육’의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2003년에는 클레이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도쿄국제애니메이션페어에서 파일럿콘텐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동화에서 현재로 넘어가보자. 기존에 행하던 농업의 화학자재가 환경을 해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유기농업은 농업기술을 넘어서 자연과 사람을 잇는 순환의 고리이며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과 더불어 유기농업과 유기농산물의 성장속도는 매우 빠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13년 6월에 발간한 세계농업 154호에서는 ‘세계 유기농산물 생산 동향과 발전 전망’을 다루고 있는데, 2011년 세계 유기농산물의 시장 규모가 약 630억 달러, 이는 2000년 초에 비해 3배 증가한 것이라고 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했다. 동아시아식생활학회에서 2016년에 발표된 ‘유아를 둔 주부들의 유기농 식품 구매 인식 및 결정요인’ 논문은 설문조사 응답지 413부를 분석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응답자의 92.5%가 유기농 식품 구매 경험이 있으며, 식품 중 유기농 식품을 10~29%로 구매한다는 응답이 35.5%로 가장 많았으며, 구매이유는 ‘친환경요인’이 47.6%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또한 유기농 식품의 인식도 중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가 가장 높은 신뢰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농촌진흥청의 인테러뱅 34호 ‘새로운 삶, 유기농업’에 따르면, 소비자는 농약, 유전자조작 등을 피하는 안전성을 위해 일반 농산물보다 다소 높은 가격의 유기 농산물을 선택한다고 한다.
위 예들에서 보듯 점차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유기농 식품을 위한 유기농업의 확대가 기대가 된다. 또한 유기농업과 더불어,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 항생제, 항균제 등의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양을 최소화하고 농축임업의 부산물을 재활용하여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하고 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친환경농업도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기 농업, 친환경 농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일까? 가장 기초적인 것은 화학비료 보다는 토양의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녹비작물(콩과 식물 등), 동물과 식물에서 유래한 천연물 비료(가축분뇨를 이용한 비료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친환경농업을 위해서는 가축에서 나오는 분뇨가 유기영양분과 무기영양분으로 땅에 되돌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제약이 있다. 최근 나온 뉴스를 보면, 전원주택 인근 밭에 넣은 퇴비로 인해 발생된 악취 문제가 있다. 지력 향상을 위해 살포한 퇴비로 인해 악취 민원이 발생하였고 농민은 그 살포한 퇴비를 다시 거둬들이게 되었다. 그 농민이 뿌린 퇴비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는 기사를 통해서는 잘 알 수 없다. 만약 부적절하게 만들어진 퇴비였다면 그것은 퇴비로 나올 수 없는 것이었고 악취 발생은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적절하게 만들어진 것이었다면 그것은 지역민들의 악취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민감도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안타까운 점은 퇴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악취란 것은 정량적인 농도도 중요하지만, 그 악취에 대한 정성적 느낌도 중요하다. 일례로, 유아들은 똥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더럽다는 느낌보다는 즐겁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프로이드의 학설에 따르면 유아의 삶에서 두 번째 단계인 항문기에서는 배설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유아들은 그러한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끼지만, 성장하면서 더럽고 불결한 것을 피하는 생각이 생기면서 그런 느낌을 잃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악취에 대한 태도도 바뀔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이해하지 않는 지역 주민도, 지역 주민의 말에 따르면 잘 만들어지지 않은 퇴비를 사용한 농민도, 그리고 가축과 관련 있는 우리 축산에게도 모두 손해이고 누구도 이익을 보지 못하였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외부교육(Extension) 자료 ‘Preparing an odor management plan’의 악취민원대응법은 다음과 같다. 1) 악취발생을 피하라, 2) 지역 주민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라, 3) 악취가 나는 상황을 기록하라, 4) 지역이 받아들일만한 악취강도와 악취빈도를 결정하라, 5) 악취저감시설을 설치 후 평가하라. 미국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악취를 알고 지역과 친해지고 내 상황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축산인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가장 자연적인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의 가장 기초 단위에 우리 축산이 있음을 마음에 새기고, 소비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이러한 축산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우린의 노력을 더욱 알려야 할 것이다. 우리 어른은 어린 시절을 너무 잊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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