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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내가 걸은 60 성상(星霜)의 목장길><48> 금태안경 쓴 미모 여인의 시책 조언

  • 등록 2016.04.01 10:29:38
[축산신문 기자]

 

쇠고기값 상승에 냉기류…물가 안정회의 참석해 축산국 대책 설명
한 정육점 점주 “현실 대안에 안도”…적극적 의견 개진

 

1976년 5월 축산국장으로 부임과 동시 매일 8시 경제기획원 물가대책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물가대책회의에서는 통계청에서 조사한 중요 품목별 소비자가격 결과를 놓고 각 부처 품목 담당국장을 상대로 한 가격 안정대책 협의회를 한다. 축산국장인 본인은 이 회의를 참석한 후  농림부로 출근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정이었다.
동 물가 대책회의에서 문제되는 품목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쌀, 무, 배추, 고추, 마늘의 채소류와 소, 돼지 및 계란이다. 이 품목이 물가지수에 미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정부는 농식품 가격안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하고 매일같이 수급사항을 점검했다.
그 중에서도 쇠고기, 계란 가격이 논의의 대상품목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쇠고기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소의 출하두수를 갑자기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출하체중 359kg(정육131kg)을 1974년 축산시험장 큰 소 비육시험 결과 150일 비육 455kg(정육190kg), 210일 비육 509kg(정육223kg)으로 증체 출하한다면 6개월 이내에 수급안정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최우선 시책으로 추진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문제는 비육농가가 DCP 8.61, TDN 72.3의 비싼 비육 배합사료를 먹이려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육농가들은 배합사료 구입처와 자금에 문제가 있어 배합사료 구입자금은 농협에 주고, 기술지도는 시·군 농촌지도소가 담당하고, 생산된 비육우는 시·군 농협 및 축협을 통하여 계통출하 하면 1977년 6월까지는 수급 및 가격안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1976년 하반기 당시는 매월 출하 소값이 상승하여 쇠고기 소매점은 행정지도가격을 준수하지 않아 적발된 정육점은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로 정부와 유통업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
9월초 경 월간잡지 신동아가 농림부, 학계, 유통업체(도축장, 정육점), 소비자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쇠고기 수급 및 가격안정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여기에 본인이 참석하면 몰매를 맞을 가능성이 있으니 참석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참석해서 현 사항과 앞으로의 대책을 이야기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참석하기로 했다.
마침 그날 3시 소사에 있는 경기도 농촌진흥원에서 전국 농촌지도소 축산담당 지도사와 각도 농협 축산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쇠고기 증산 비육사업 계획과 실시방법에 대한 기술 교육을 위한 관계자를 소집하였기에 1시 30분 신동아 주최 간담회 참석, 소사 교육장에 갈 시간을 고려하여 본인의 쇠고기 수급 및 가격안정의 문제점과 대책을 먼저 말씀드리고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워야 할 것을 양해를 받았다.
단, 축산국 직원이 남아 여러분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 시책에 참고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축산국이 계획한 시책을 30분정도 설명한 후 일어서려고 하니, 금태안경 쓴 젊은 미모의 여인이 일어서서 국장님 떠나기 전에 몇 말씀 드리겠다고 하면서 “나는 보문동에서 정육점을 15년 이상 경영하고 있다. 정부의 가격지정과 단속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을 보고 정부를 불신하는 사람이다. 오늘 국장님이 현실을 너무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앞으로 해결방안도 정확히 제시하였으니 앞으로 기대하겠다”라는 것이다.
본인은 이런 격려의 이야기를 듣고 소사 교육장으로 가서 전국 시·군 농촌지도소 축산담당 지도사와 농협 도지부 관계자 교육을 마치고 귀경하였다.
그 후 일요일 미모의 금태안경 여인이 본인 집의 전화번호부를 확인하여 아파트를 찾아와 그 날 간담회에 나가 국장을 박살내려고 했는데 국장이 현실을 너무 정확히 파악하고, 앞으로의 대책 또한 현실성 있는 대책에 감명 받았다고 하면서 억양이 같은걸 보니 동향인 것 같아 앞으로 쇠고기 및 돼지고기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드리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정육점은 서울의 3개 도축장에서 도축된 지육만 구매 및 판매 하도록 되어 있다. 민간 도축장 2곳은 자기들이 우상인을 통해 지방에서 구입했거나 반입한 소를 일정금액 이상의 이익을 남기고 판매하려고 하니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리어 소 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둘째, 축산물가공처리법 상 서울의 정육점은 서울시 지역 관내 도축장에서 도축된 지육만 구입 및 판매하도록 되어있어 서울보다 값싼 지방육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니 농림부는 서울 관내에 있는 도축장을 살리기 위한 유통정책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셋째, 서울의 수요 소, 돼지의 1/3은 지방으로부터 반입되어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는 결과이며, 넷째, 지방에서 반입한 소, 돼지고기는 자가용, 승용차, 트렁크 등 비위생 상태에서 서울로 들어오고 있어 소비자의 위생상 큰 문제가 있으니 위생적으로 반입할 수 있는 제도를 속히 마련해달라는 의견이다.
이런 내용이 축산물 유통개선 대책에 크게 참고가 되어 4가지 건의 의견을 축산물 유통개선정책에 반영하였으며 늘 금태안경 여인의 이야기와 건의한 의견을 들어 시책 추진에 참고하였다.
그 이후 나의 안사람과 친분이 두터워 언니·동생하는 사이로 왕래하였으며 1977년 쇠고기 수입정책이 검토되는 단계에서 정육점을 처분하고 두 자녀의 교육에 열정을 들인 결과, 둘 다 의과대학을 나와 의사가 되어 노후를 남부럽지 않게 지내면서 나에게 늘 고맙다는 이야기와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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