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만 요란한 돼지절식 의무화

  • 등록 2014.09.17 14: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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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정부 의욕적 시행 불구 6개월 넘게 ‘개점휴업’
세부지침 없이 관련 법만 던져놓고 사실상 방치
시행기관 일선 지자체 난색…현장선 혼란 가중

 

정부가 양돈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돼지절식 의무화.
관련법 개정과 함께 시행 6개월이 넘었지만 ‘개점휴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오히려 양축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도축시 내장 파열에 따른 병원성 미생물 오염과 식육의 품질 저하 예방을 위해 출하 전 절식을 의무화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을 지난해 7월 개정한데 이어 관련 시행규칙을 마련,  올 2월19일부터 본격 시행에 돌입했다.
하지만 시행기관인 일선 지자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는 12시간 절식해야 한다는 내용외에 별다른 세부지침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절식 기준이 애매모호 하다. 절식을 했다고 농가가 주장해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위장속 내용물, 운송거리, 소화능력, 품종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절식여부를 판단하라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축장에 따라 4~8시간 계류가 이뤄지는데다 운송시간까지 감안하면 ‘출하전 12시간 절식’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적잖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도축장 관계자는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도축검사관에 의해 시정명령을 받은 양축농가가 출하처를 변경하기도 했다”며 “도축장 입장에선 영업 손실로 직결된 사안인 만큼 누구나 인정하고, 통용되는 제도의 시행이 시급하다”고 하소연 했다.
때문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검사관과 농가 사이에 시비가 붙고, 출하처 변경이 이뤄질 바에야 별도 지침이 나올 때까지는 아예 손 놓고 기다리는게 상책이라는 게 도축장 운영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라는 분위기도 전했다.
양돈농가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충남의 한 양돈농가는 “솔직히 절식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출하를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막상 도축장에 가면 절식여부를 따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절식이 가능토록)준비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지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후속대책을 내놓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축산물 위생·안전관리 업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되면서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은 식약처에 의해 주도됐지만 실제 도축 및 검사업무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위탁돼 있는 업무체계속에서 어느부처가 세부지침을 제시해야 할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준비가 안돼 있다는 양돈업계의 반대와 우려속에서도 소비자 중심의 산업구조가 시급하다며 돼지절식 의무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정부. 그러나 어설픈 접근으로 인해 이래저래 축산현장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은희 tops4433@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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