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스무날 닭 한 마리씩 먹는 풍습 이어져

  • 등록 2011.11.28 1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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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문화 속 축산물 이야기 / 제주 ‘닭제골’

[축산신문 노금호 기자]
닭속에 참기름 바르고 마늘 채워 뚝배기에 중탕
“여자는 수탉·남자는 암탉 먹으면 만병에 효험”

9월9일은 ‘구구데이’, 5월2일은 ‘오리데이’ 등 전국적으로 알려진 ‘가금의 날’이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으로 닭을 먹는 날을 정해 지금도 지켜오고 있는 지역이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는 옛날부터 음력 6월20일(유월 스무날)에는 닭고기를 먹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언제부터 이 날을 닭고기 먹는 날로 정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제주지역 주민들은 이 날만 되면 당연히 닭을 먹어야 하는 날로 알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는 예부터 이른 봄에 깐 병아리를 집 마당에서 기르다가 6월 중닭으로 자라나면 ‘닭죽’이나 ‘닭제골’이라는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이 풍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복 무렵이니 제주도식 ‘복달임’인 셈이다. 유월 스무 날에 먹는 닭은 여자는 반드시 수탉을, 남자는 암탉을 먹어야 더욱 그 효험이 있다고 전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날 닭고기를 먹으면 만병에 효험이 있다는 것이 제주지역 양계인들의 말이다.
제주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닭제골’은 손질한 닭 속에 참기름을 바르고 마늘을 채운 다음, 무쇠솥 안에 뚝배기를 놓고 그 위에 꼬챙이 7~8개를 걸쳐 준비한 닭을 올려 중탕시켜 먹는 요리다.
‘닭제골’이라는 요리를 살피다보니 지극한 효심과 유월 스무날이 닭고기 먹는 날이 된 배경을 엿볼 수 있었다.
제주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문헌에 보면 옛날 어느 고을에 늙은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해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노부모가 입맛을 잃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날이 갈수록 여위어 자식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고 한다. 그 해 겨울 자식은 어떻게 하면 늙은 부모가 돌아오는 더운 여름철을 잘 지낼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마침내 푹푹 쌓인 눈을 헤치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위에 앉아 추위를 주관하는 겨울 신에게 여름의 더위를 몰아내어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눈보라 속 바위에 엎드려 하늬바람을 향해 절을 하다 보니 몸이 시려서 동사할 지경이 됐다. 효자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어느 날 밤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처음 보는 한 쌍의 새를 주면서, “이 새를 가지고 가서 잘 기르되, 알을 낳거든 모아 두었다가 춘분(春分)과 청명(淸明) 사이에 어미 새에게 안겨, 그 새끼들이 자라나 새벽녘에 소리 내어 우는 새가 있거든 그날 아침 곧 잡아서 어머니께 드리고 울지 않은 놈은 아버지께 드리면 여름 내내 더위에 쫓기지 않고 몸 성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뒤이어, “늙은 부모를 위하는 마음은 지극하나 내 힘으로는 여름의 더위를 몰아낼 수 없으니 이 새를 잘 기르도록 하라”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효자는 얼른 산에서 내려와 백발노인이 알려준 대로 새(닭)를 키웠다. 그러고는 마침내 우는 닭을 잡아 어머니께 드리고 울지 않은 닭을 잡아 아버지께 드렸더니, 과연 그 여름을 몸 성히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때가 바로 유월 스무날, 이 때 먹기 시작한 요리가 바로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닭제골’이다. 얼마 전까지도 제주지역의 많은 가정에서는 직접 닭을 길러 잡아먹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분 시장에서 구입한 닭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백영종 제주한라육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요즘들어 젊은 세대들로 인해 조금 변하긴 했지만 아직도 6월20일엔 가까운 친척들에게 닭고기를 선물로 보내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닭을 먹으면 무더위를 무사히 넘기고 겨울에 감기도 안 걸린다는 어른들의 조언처럼 앞으로도 조합원들의 수익창출과 미풍양속을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닭고기 홍보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노금호 kumh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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