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수입가 상승만 부채질…메리트 없어”

  • 등록 2011.06.20 09: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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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정부 수입 지원 냉장삼겹살 2만톤…돈가 잡을 수 있나

[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부대비용·마진 더해 kg당 1만1천원 수준 예상
수입 냉동물량 적체·제한적 유통기한도 부담
“국내산-수입육 다른 시장”…단기시각 지적도


수입산 냉장삼겹살 2만 톤이 시장에 풀리면 국내산 돈가가 떨어질까.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냉장삼겹살 2만 톤 수입결정에 대해 유통현장에선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과연 이번 조치로 돈가가 내려갈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지난해 냉장삼겹살은 총 7천516톤이 수입됐다. 올 들어서는 지난 5월까지만 5천285톤이 들어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2.8%가 증가한 양이다. 냉동삼겹살은 같은 기간 9만9천706톤이 수입돼 불과 5개월 동안 지난해 총 수입량 9만9천684톤에 맞먹는 물량이 수입됐다. FMD로 인한 돼지 사육기반 축소와 치솟는 돼지고기 가격을 잡아 보겠다는 정부의 무관세 수입물량 증량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16일 현재 7천660원(kg당 전국 박피시세)으로 전년대비 65%(3천13원)가 올랐다. 정부가 관세를 풀어주며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렸지만 사실상 돈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번에는 냉장삼겹살 2만 톤을 수입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비용부담)는 aT에 돈육수급안정대책반을 설치해 맡긴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aT는 민간수입업체로부터 냉장삼겹살을 매입한 뒤 판매업체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냉장삼겹살의 수입과 유통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그러나 유통현장에서는 정부의 보조가 담보돼도 수입업체들이 쉽게 뛰어들 상황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특히 국내에 들어올 냉장삼겹살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보통 봄부터 8월까지 성수기인 바베큐 시즌 중이어서 냉장육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8월15일이 지나면 냉장삼겹살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돈육 수출국가들이 마진이 큰 일본으로 물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여 물량확보는 더욱 힘들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과 한국이 수입하는 돈육 비중은 8:2였다.
수입업체들이 물량부족을 예상해 상반기에 냉동돈육 수입물량을 대폭 늘린 것도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육의 국내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에선 물량적체로 인한 덤핑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결국 경영부담을 느낀 수입업체들은 5월과 6월에 돈육수입 오퍼를 내지 않은 곳도 있다.
냉장육 특성상 제한적인 유통기한도 수입업체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 5월 냉장삼겹살 무관세 할당물량 2만톤 중 6월10일까지 1천톤 정도 밖에 수입되지 못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냉장삼겹살의 유통기한은 45일이다. 판매가 안 돼 냉동으로 전환하려면 적어도 7일전(대장균수가 10의 6승이 되기 전)에는 해야 한다.
냉장삼겹살을 항공으로 수입해도 국내에서 소진해야 하는 시일은 30일에 불과하다. 냉동 전환 시 약 50%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손실을 책임지는 주체가 수입업체에서 정부로 바뀐 것 뿐이다.
국내 돈육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여지가 많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이유이다. 손실부담 보전 장치가 있다고 수입물량을 늘리다 보면 당연히 수입가격 또한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육의 가격도 요동치게 된다. 결국 시장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유통현장의 우려다.
수입 냉장삼겹살의 가격이 생각보다 싸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kg당 최소 6달러라고 해도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최소 수입가격은 7달러가 된다. 보통 수입업체들이 붙이는 마진이 27%를 더하면 국내에 풀리는 가격은 1만1천원 수준이다. 국내산과 비교해도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다.
항공으로 들여오면 2~3일이면 수입이 가능하다. 통관절차도 보통 오전에 들어오면 오후면 끝난다. 항공운송에는 kg당 미국은 1.5달러, 유럽은 2유로의 비용이 추가된다. 한 수입업체의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단기적인 안목에서 나온 것 같다. 국내산과 수입육은 엄연히 다른 시장이다. 음식점 등 최종 소비단계에서도 냉동육에서 갑자기 냉장육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이런 조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가격 폭락으로 양돈농가와 관련 산업계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같이 시장상황이 불투명해 판매가 잘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판매자에 대한 손실분을 보존해 주더라도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돼지고기 수입 업무가 처음인 aT 관계자들은 현지사정을 파악하고 즉시 수입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aT 관계자는 항공으로 들여오면 냉장삼겹살이 늦어도 이 달 중에는 시장에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희 tops4433@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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