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위생관리로 세계시장 공략…개체정보 기록 완전자동화

  • 등록 2010.11.15 09: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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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축장 현장 방문기/ 축산의 중심에 서 있는 도축장 그들은 어떻게 선진화 했나 (上)

[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 독일 최대 규모 도축장인 퇴니스 플라이슈 전경. 현재도 시설 업그레이드 작업과 함께 기존 도축장 옆에 대규모 도축시설을 새로 건립하고 있다.
한ㆍEU FTA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유럽 축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도축업계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덴마크 등 유럽의 축산업 구조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김명규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정부, 광역자치단체, 학계, 수의 전문가 등으로 시찰단을 구성하고 지난 달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유럽지역 도축업계를 견학했다. 이번 방문은 체계화된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축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유럽의 도축·가공산업의 노하우를 우리나라에 접목시키기 위한 시장조사 성격도 포함됐다. 시찰단과 함께 살펴본 독일과 덴마크의 도축·가공산업 현장을 소개한다.

>>독일 최대 도축장 ‘퇴니스 플라이슈’

독일은 지난해 유럽연합 내에서 돼지고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한 국가이다. 독일의 지난해 돼지고기 수출은 128만톤으로 전년대비 22% 급증했다. 덴마크가 돼지 도축·가공비용 상승으로 500만 마리의 생돈을 독일로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독일의 돈육수출량이 늘어난 것이다.

◆수출국별 특화 도축라인 운영
독일 최대의 도축장인 퇴니스 플라이슈 도축장은 수출국가에 따라 별도의 도축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며 한국인이 선호하는 삼겹살, 목심, 목뼈를 중점적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한국 수출용 작업라인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자클린 노악(Jacqueline Nowack) 수출본부장의 설명에서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상당한 전략을 세워 놓고 있는 것이 엿보였다. 노악 본부장은 두 달 전에도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시장조사를 했다고 소개했다. 노악 본부장은 현재 한 컨테이너를 수출했고 하루 열 컨테이너를 수출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퇴니스 플라이슈 도축장은 25년 전 설립됐다. 사업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하고 매년 증축을 계속하고 있다. 기존시설 업그레이드는 물론 바로 옆에 대규모 도축장을 신축하고 있었다. 퇴니스 플라이슈 도축장에는 4천500여명이 근무하면서 일일 돼지 2만5천두와 소 200두를 도축하고 있다. 이중 약 47%가 세계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다.
 
- 시찰단은 퇴니스 플라이슈 직원과의 미팅에서 경영구조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양돈농가와의 관계는 물론 등급판정시스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하루 돼지 2만5천두 소 200두 도축해 47% 수출
작업라인서 자동 등급판정…농가불만 제로화
작업자 고유번호 모든 부분육에 표기해 책임부여


◆하루 4시간씩 전체라인 세척
양돈농장에서 같이 나고 자란 돼지들이 함께 난방시설을 갖춘 수송차량을 통해 들어온다. 수송차량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게 고무판으로 만들어져 있다. 악취제거를 위한 필터시스템도 갖췄다. 돼지의 행동습성을 철저하게 반영한 수송을 통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해 육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퇴니스 플라이슈에 들어온 돼지는 계류장을 거쳐 6마리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CO₂(90%)를 2분 동안 살포해 돼지가 정신을 잃었을 때 본격적인 도축작업이 시작된다.
혈액을 방류하고 탕박실을 거친 돼지의 중량과 등심단면적 등 도체정보는 초음파 촬영과 사진판독시스템 등 최첨단 시스템을 거치면서 자동으로 기록된다. 돼지는 출하 매뉴얼에 따라 하루 전 완전절식을 시켜 계류장은 물론 도축과정에서 오물발생이 없었다.
도축라인에서는 수의사의 감독으로 작업자들이 빠른 손놀림을 보이면서 백내장과 적내장을 분류하면서 내장적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 개체에 대한 작업을 마치면 앞치마와 칼을 소독하고 다음 개체작업에 들어갔다. 빠르게 진행되는 해체 발골 작업 중에도 카메라가 내장 하나하나씩 모두 촬영하고 있었다. 수의사도 확인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적합성 검사 등 위생관리를 하는 시스템이다.
자동절단기를 이용해 도체를 전단부위, 중간부위, 말단부위 등 세부분으로 절개하는 라인에서는 시간당 420두를 처리하고 있었다. 도축 후의 커팅, 부분육 가공 및 포장처리 공정을 통과하는 동안 시찰단은 열 두 번의 손 소독과 신발 세척과정을 거쳤다. 작업자들은 개인용 앞치마를 전용 세척판를 이용해 일일이 닦고 있었다. 개인 장갑과 집기 자동소독 시설도 완전히 분리된 위생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작업자들은 개인별 고유번호를 갖고 있으며 부분육에는 이 고유번호가 하나하나 모두 기록됐다. 그만큼 작업자들은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위생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하루 2교대로 10시간씩 일하고 있으며 도축전후 2시간씩 세척하는 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뜨거운 물로 행구고 기계는 고압세척기로 씻는다. 혹시 있을 박테리아를 감안해 비눗물을 도포하고 30분 뒤 세척하는 과정도 거친다. 두 시간 동안 청소 전문 인력 80명이 철저한 분업시스템으로 생산시설 전체를 깔끔하게 청소한다. 내장은 외부업체를 통해 1차 가공한 뒤 중국으로 수출해 소시지 케이싱으로 가공한 후 완제품을 다시 독일로 들여오고 있다.
 
- 세 부분으로 절단된 돼지의 뒷다리 부위의 냉도체 심부온도를 측정하고 있는 장면.
◆양돈농가와 도축장은 ‘동반자’
사육농가들과 도축장 간의 분쟁이나, 농가들의 불만이 없느냐는 질문에 “농장과 도축장은 계약관계가 아니다. 함께 성장해온 동반자”라고 노악 본부장은 답변했다. “200km내의 농장 사이즈, 돼지 두수, 출하두수 등 모든 정보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출하계획이 모두 파악돼 도축장의 경영이 안정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돼지 도축·가공 시스템은 전자동, 전산화를 기본으로 하고 모든 기록이 자동으로 입력되고 있었다. 농장에서부터 도축장, 가공장을 거쳐 최종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이력추적이 가능하며 이력추적도 두 시간 안에 가능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독일 도축장들은 특히 도축·가공만 맡는 것이 아니다. 축산물 판매까지 담당하면서 가공 이전단계까지 질병 등 문제가 없으면 바로 농가에게 돼지 값을 정산해주고 있다.
퇴니스 플라이슈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소비자와 양돈농가들이 찾아온다. 바로 도축장-농가-소비자가 머리를 맞대고 적정한 축산물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김은희 tops4433@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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