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 발맞춰 꾸준한 자기개발·저지방부위 직접 가공 부가가치 창출

  • 등록 2010.01.13 09: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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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스모크 하우스·팀블러 등 첨단 육가공 시설 완비
현장·이론 겸비 육가공기술 습득 ‘10년간 땀방울’
족발·떡갈비·소시지 등 식육가공 저렴하게 공급


경기불황으로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겪었고, 아직 여진이 남아있다. 정육점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대형유통마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이에 하나 둘 문을 닫는 정육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육점의 경영은 위생적이고 안전한 것만으로도 될까.’ 정답은 ‘안 된다’이다.
최근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외식수요가 증가한 반면 구이용 육류의 가정소비는 크게 줄고 있다. 그 대신 돈가스, 양념육, 소시지 등 간편 조리식품으로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변화를 미리 읽고 준비하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곳이 있다. 육류소비의 패턴에 한 발 앞서 대응하면서 꾸준한 매출 증가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육점을 찾아 새해 유통현장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현대축산(대표 정해근)은 첫 눈에 봐도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 정육점과 다르지 않았다. 정육대면대, 정육쇼케이스, 정육점의 상징인 붉은 조명까지. 하지만 바로 이곳이 무한경쟁에 내몰린 우리나라 정육점들에게도 돌파구가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들은 정육점 뒤편에서 찾을 수 있었다. 현대축산 매장 뒤쪽에는 보통 정육점에서 보기 힘든 시설이 즐비했다. 가면 분쇄기, 세절기, 충진기, 사일런트 커터, 텀블러, 훈연기(스모크 하우스), 인젝터 등 육가공 기기들이 풀 세트로 자리잡고 있는 것. 대형 육가공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시설이 정육점 안에 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정해근 대표는 “이런 육가공기기는 수입제품으로 가격이 비싸 보통 정육점에서는 쉽게 구입하기 어렵다. 그러나 육가공기술을 익히고도 써먹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하나하나 장만하다 보니 모두 갖추게 됐다”고 소개했다. 간단하게 얘기하지만 정 대표의 속내는 다르다. 소비 트렌드를 미리 읽고 기술을 익히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내기까지 정 대표가 들인 시간은 10여년에 달한다. 시설 구입비만 해도 가장 저렴한 것이 300만원, 최근에 큰맘 먹고 구입한 스모크 하우스는 1천300만원이나 한다.
정 대표가 육가공기술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은 보다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팔고남은 잡육을 처리하기 위해서이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위가 삼겹살, 목심, 항정살 등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항상 전지, 후지가 남기 일쑤였다. 이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노력이 소비자 입맛을 앞서가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어렵게 찾아온 배움의 기회
우리나라는 식육가공 기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을 찾기가 어렵다. 처음 농협중앙회 축산물위생교육원에서 4주일간의 기술교육을 배운 후 보다 현장감 넘치는 교육을 받기 위해 정 대표가 선택한 곳은 육가공공장이었다. 우연찮게 알게 된 독일식 육가공공장을 찾아 기술자에게 조르기를 10여 번. 끊임없는 설득 끝에 1년간 안산과 부천을 오가며 육가공기술을 배웠다. 그러나 독일식 햄과 소시지는 무엇보다 짠맛이 강해 우리나라 식성에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건국대학교에서 개설한 ‘즉석 식육 가공유통 전문가 양성과정’을 만나면서 정 대표는 손으로 익힌 학습에서 이론까지 중무장하기에 이르렀다.
“매주 수요일 강의를 들으러 가는 날이 너무나 즐거워 잠도 설친다”는 정 대표. 전국에서 식육가공분야의 석학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렌다고 한다.
육가공기기 작동과 운전, 식육처리 기초, 식육학개론, 염지 육제품, 전통 육제품의 원리와 제조법 등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주말이면 예습과 복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현대축산은 어느덧 인근 정육점들의 롤 모델이 되어 있었고, 함께 식육가공 유통전문가과정을 듣는 동료들의 훌륭한 견학장소가 돼 있었다.
정 대표는 “꼭 10년이 됐다. 앞으로 30년 동안 정육점을 운영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헤맨 시간이 10년이 걸렸다”며 “10년 동안 쉴 사이 없이 배우고 익히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육점 운영철학, 운영방법
10년 전 32세의 나이로 건축업을 하던 정해근 대표가 정육점을 경영하게된 건 정육점을 운영하는 형 때문이다. 그러나 형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정육점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뿐이었다. 정 대표는 늦게 시작했다는 불안감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 때 선택한 것이 육가공기술.
보통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양념육의 경우 중소규모 공장에서 납품받지만 즉석 식품판매허가까지 받아 양념육을 만들고 품질이 좋은 돈가스, 양념육, 족발, 떡갈비, 햄·소시지를 직접 만들어 싼값에 공급하면서 마진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이제 소비자들에게 구이용 육류에 대한 수요도 한계에 이른 것 같다”며 “이제는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 모든 것을 해줘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즉석식품으로 굽고 튀겨서 직접 판매하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 전 공사를 실시했다. 들어가는 입구 한 쪽을 소비자와 대면 판매를 직접 할 수 있는 곳으로 개조했다. 즉석식품은 손님과 얼굴을 맞대고 승부를 내는게 맞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축산은 아직 햄ㆍ소시지 등 즉석가공식품 판매를 육류와 비교하면 2:8 정도로 적다. 양념육의 소비가 많지만 그래도 인스턴트식품보다 맛이 훨씬 좋아 마니아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 대표가 즉석식육가공에 관심을 갖게 됐던 이유는 육류매출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덜 나가는 부위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기 위함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경영전략이 바로 적중했다. “잡육 처리는 물론 부가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대표는 “식육종사자로서 다양하게 변화하는 식문화에 부응하기 위한 자기개발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의 축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함과 안전성을 강조한 즉석식품에 대한 홍보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육점도 이제 달라지고 있다.
‘현대축산’은 시설이나 기술이 좋아 부러움을 사는 정육점이 아니다. 하지만 축산업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규모 정육점은 틀림이 없다.
요즘 큰 육가공업체들이 투자해 축산물종합판매장을 열기도 하지만 ‘현대축산’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찾아야 한다.
영국 등산가 머머리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등산은 시작한다”고 했다. 2010년은 경제위기 극복의 끝에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2010년 적체되는 저지방부위에 대한 고민을 햄ㆍ소시지, 돈가스 등 즉석 식육가공 분야의 발전으로 타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은희 tops4433@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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