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품질 향상 ‘기폭제’ 효과…소비·가공단계 등급표시 정착 절실

  • 등록 2008.08.18 1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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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질등급제 실시 1년…성과와 과제

[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차별화 성공…1+등급·3등급간 가격차 19만원까지도
대형마트·백화점 등 육질 등급별 판매 정착 기대
위생·안전성 제고 위한 냉도체 판정 도입…시설확충 시급

돼지고기도 쇠고기처럼 객관적 육질을 등급별로 골라 살 수 있는 육질등급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돼지고기는 지방의 함량변화가 도체에서 약 20% 내외로 매우 커서 지방정도에 대한 소비패턴도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따라서 지방량과 고기의 색깔 그리고 지방질의 밝기 등이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평가하고 있는 주요 요인이다.
돼지의 육질등급은 이러한 고기내의 지방량(피하 및 근간지방의 과다정도)과 근내지방 정도에 따라 육질등급을 구분한다. 이외에 PSE육 유무, 육색의 창백함과 드립정도, 지방색과 질의 견고함, 기타 결함 정도에 따라 육질등급을 최종평가하고 있다.
돼지고기 육질등급이 개정된 배경은 단일등급으로 다뤘던 규격등급과 육질등급으로 분리해 차별화를 꾀하고 육질지표를 제공함으로써 돼지고기의 품질 향상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7월1일부터 시작됐다.
이에 돼지고기 육질등급제 실시에 따른 산업의 변화와 과제 등을 살펴본다.

▲육질 등급간 가격 차별화 성과…가격 정산 시스템 개선돼야
가장 큰 변화를 살펴보면 전국도매시장의 육질 등급간 경락가격일 것이다. 시행초기인 작년 7월초에 1+등급과 1등급의 가격차가 kg당 287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육질 1등급이상이 2등급보다 지육 kg 당 최소 7백원에서 최대 1천원가량 차이가 난다. 게다가 높은 등급의 돼지고기가 맛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올들어 4월에는 1+등급과 3등급간 경매가격 차이가 마리당 무려 19만 1천원까지 벌어진 적도 있다.
육질등급간 이같이 큰 가격차는 결국 높은 등급의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육질등급제 실시가 돼지고기 시장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돼지가격 정산은 여전히 생체중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지의 생돈 구매의 어려움과 비교적 까다로운 등급별 정산 체계 등의 이유로 육질등급별 가격정산 농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쟁력 있는 양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육질등급별 가격정산을 실시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좋은 돼지고기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공단계 육질등급 구분 긴요…개방대응 “꼭 필요한 제도”
지난해 식육의 부위별 등급 및 종류별 구분방법에서는 돼지고기 소분할 부위를 확대하고 소매단계의 등급표시를 육질등급으로 자율적으로 표시토록 고시했다.
시행초기부터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도축에서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제반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 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는 등급별로 구분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60여개 점포에서 육질등급별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학교 급식 조건도 육질 2등급이상으로 납품이 제한되면서 육질등급제 정착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돼지고기는 육질등급에 맞게 가공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소비에 있어서도 생산부위가 비슷해 육질등급판정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공단계에서의 등급별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신록주 실장은 “지난 5월 한국소비자연맹은 백화점 30곳, 대형마트 155곳, 중대형 식육판매장 15곳 등 모두 200개소에 대한 등급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육질등급제는 소비자에 따라 원하는 맛의 고기를 선택해 적정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 실장은 “올해 상반기 돼지고기 수입량은 약 12만 톤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수입산 돼지고기의 국내산 둔갑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육질등급제가 유용하다”며 육질등급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강조했다.

▲냉도체 판정, 필요하지만 시설 확충 등 여건 미비
돼지고기 육질등급 판정에 있어 냉도체 판정이 절실하다. 돼지 냉도체 육질등급판정은 5℃로 냉장한 후 등심부위를 절개하고 육색, 조직감, 수분삼출도 및 근육분리도를 평가해 육질을 등급판정하는 방법으로 물퇘지(PSE육)의 생산 억제에 따른 돼지고기 품질 향상은 물론 도축 후 초기 미생물 및 세균 번식 억제 등으로 위생 및 안전성 제고를 도모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냉도체 판정 비율은 전체 판정두수의 약 7.2%에 불과하다.
냉도체 판정이 이처럼 낮은 것은 소매점의 판매 특성에 따라 갈비절개를 정육업소 임의대로 잘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냉도체 판정시 농가들의 수취가격이 낮아진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경락가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육가공업체들의 경우 생돈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감량문제는 없지만 경매의 경우 금일 도축 익일 등급판정 후 실시하기 때문에 수분감소로 인해 마리당 약 1.3kg 정도 감량되기 때문이다.
특히 냉도체 판정을 위해서는 지육 예냉실 설치는 일반 창고형 보다 평균 2배가량의 시설 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도축장이나 가공장의 냉장 공간이 부족하고 전량 냉장판정하기 위한 시설 등의 제반여건이 좋지 않다. 지육의 40%이상이 여전히 도축 후 곧바로 유통되는 관행 때문에 냉장판정의 조기정착은 여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축산물 등급판정소 윤영탁 본부장은 “냉도체 등급판정은 아직 시설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향후 중도매인들과 양돈농가, 유통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희 tops4433@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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