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낙농 후계자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

  • 등록 2007.11.14 15: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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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조명/‘금탑산업훈장’받은 황병익 농도원목장 대표

[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 맨 위부터 황병익 대표. 목가적인 경관이 돋보이는 농도원 목장의 전경. 농도원목장의 낙농체험학습 전경.
목장 선진화·종축개량 앞장…경쟁력 강화 일조
체험목장 성공운영…사랑받는 낙농 이미지 고취

올해 농업인의 날 금탑산업훈장의 영광은 낙농업계가 차지했다. 황병익 농도원목장대표가 그 주인공이 됐다. 낙농업계로서는 최초의 경사이며, 축산업계 전체로는 지난 해 김홍국 하림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금탑산업훈장은 정부에서 추서하는 산업분야 훈·포장 중 1등급에 해당하는 영예의 훈장이다. 그 만큼 큰 경사다. 현재 낙농경영인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평소 낙농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낙농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전을 제시하며 낙농인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금탑산업 훈장의 영예를 안을 만한 동량(棟樑)으로 커 왔던 셈이다.
“농업이 타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산업으로서 국가의 평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황병익 대표는 이렇듯 수상 기쁨보다는 수상의 의미를 먼저 짚었다. 이어 “이 상은 나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휴일 없이 일하는 모든 낙농인들에게 수여된 상이라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 낙농 기술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 온 낙농경영인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 황 대표가 걸어온 길은 어떤 길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목장 경영 17년동안 세 번의 변신을 꾀했고, 그렇게 시대에 따른 변신이 오늘의 목장을 일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황 대표가 목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0년대 초반 가업을 승계하면서부터다. 축산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현장경험도 없던, 공학도 출신의 그가 목장을 경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장 경영의 발상 전환을 통해 그 나름의 목장 경영에 도전했고, 그런 낙농 인생에서 제일 먼저 꾀한 변화는 과도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목장 일을 효율화하는 노력이었다. 국내 최초 텐덤식 착유기를 선보였는가 하면, 젖소들의 과학화된 생활공간인 후리스톨 우사를 도입하고, 목장에서 나오는 분뇨를 토양에 환원시키기 위한 액비저장시설을 설치한 것이 그것이었다.
두 번째 변신은 종축개량에 앞장선 것이었다. 90년 대 중반 낙농경영인회 총무를 역임하면서 홀스타인 품평회를 차질없이 준비함은 물론 검정회를 조직, 검정 사업을 확대하는 등 젖소 개량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낙농업은 휴일을 가질 수 없는 특성 때문에 기업농으로 이어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부부· 가족노동력으로 집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농가수가 줄어드는 만큼 농가당 사육두수도 늘어 전체 사육두수가 유지돼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 국내 현실이다. 따라서 전체 사육두수가 줄어들더라도 국민이 소비할 우유를 제대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두당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그 길이 바로 ‘종축개량’이다. 특히 이는 사료자급률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축 분뇨 생산량도 줄일 수 있다.”
황 대표가 이 같이 종축 개량의 필요성을 일치감치 인식했기 때문에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여건 변화에 또 다시 새롭게 변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소비자 시대, 친환경 시대에 따른 변신이다. 그것은 최근 3년간 목장 경영에 있어서 품질 좋고 안전한 우유를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가미, 시장적 가치로 전환한 것이다. 낙농 체험목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얻어진 성과다.
황 대표는 이를 ‘이미지 농업’이라고 명명했다. 축산업은 우유와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무형적인 것 즉 목장의 경관과 목장경영도 소비자들의 입장과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가 배설한 분뇨는 사료의 거름으로 활용되고, 여기서 생산된 양질의 사료는 다시 소들이 섭취하는 자연순환형 친환경 낙농산업은 매우 의미있는 시스템임을 강조한다.
한편 이런 그가 최근 축산업계의 현안이 되고 있는 FTA 등 개방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 궁금하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선 유럽의 예를 들었다.
“프랑스 정부는 식량자급도가 200%이상 되는 유럽 최고의 농업생산국이다. 이렇게 풍부한 농업생산기반에도 불구하고 WTO에 맞서가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전략적인 농업보호정책을 펴고 있다. 즉 국토보존사업도 시장경제라는 논리이다. 또한 노르웨이는 작은영토를 가지고 있으나 목장수가 2만여호에 이르고 크기도 우리나라의 목장여건과 다르지 않다. 국가가 유대의 40%를 지원하며 낙농산업을 보호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축산업이 가는 방향은 생산과 환경, 어메니티까지 고려한 공익적 다원적 기능임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여기서 국민적 동의와 함께 축산농가들이 깨끗하고 쾌적한 목장을 가꾸기위한 노력이 전제돼야함을 지적한다.
황 대표는 아울러 농가가 FTA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비하면서도 정부와 FTA 수혜자들에게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축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FTA로 제조업에서 얻은 이익은 축산업 경쟁력 향상에 환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소비수요변화에 맞는 새로운 농정의 틀을 짜고, 사회복지정책으로 FTA에 희생당하는 축산농가를 배려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황 대표는 우유 소비와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다. 우선 최근 정체되고 있는 우유소비와 관련, 일본등과 비교해 동양인의 한계라는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그게 아니라는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낙농체험을 통해 지난 3년동안 만명이상의 소비자들을 만났다. 소비자들은 우유가 아이들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의 소비홍보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 180㎝이상 슈퍼모델들의 낙농체험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한결같이 우유를 하루 1ℓ~2ℓ이상 소비하고 있었다.”며 아직은 우유소비가 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나아가 우유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안 중에 하나로 ‘치즈’를 꼽았다. 농가가 직접 나서서 치즈를 만드는 농가형유가공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낙농체험을 통해 우유로 아이스크림 등 간단한 요리를 만들거나 원유로 치즈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낙농산업의 미래를 위한 일이고, 또 그 문제를 푸는 것이 지금 그가 해야할 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업훈장은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낙농경영을 희망하는 젊은 후계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산업을 만들어주기 위한 역할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고품질의 안전한 우유 생산은 물론 ‘이미지 농업’으로 소비자들과 더욱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김은희 tops4433@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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