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양창범 박사(동물영양학)
축산업에서 AI라는 말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축산학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축에 대한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을 AI라는 약자로 사용해 왔고, 또 다른 하나는 100여 년 전에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바이러스가 동정 된 이후 오늘에 이르면서 조류 질병에 대한 이름으로 AI를 약자(영어권에서는 Bird flu로도 사용)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또 하나는 21세기 들어서 전 세계의 관심과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줄임말이 역시 AI로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축산업과 관련이 깊은 이 3가지 AI에 대하여 역사적 흐름과 시사점에 대하여 간략히 고찰하고자 한다.
첫째로는 가축인공수정이다. 스팔란차니(Spallanzani, 이탈리아)가 240여 년 전 개(犬)의 정액을 이용하여 교미없이 임신을 시킬 수 있음을 처음 밝혀낸 것을 기원이라고 한다. 그 후 이바노프(Ivanov, 러시아)는 1899년 희석제에 보존한 말(馬) 정액을 암컷의 생식기에 주입해 정상적인 새끼를 분만시키는데 성공하여 인공수정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또한 1952년에 영국의 폴지(Polge)와 로손(Rowson)은 정자를 냉동했다가 해동을 시켜도 생식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후에 인공수정 기술의 진보로 보편화되었고, 오늘날 가축은 물론 인간의 불임치료 등 광범위하게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의 어느 학자는 축산분야에 노벨상이 주어진다면 가축인공수정 기술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듯이 가축의 개량과 번식에 필수적 수단인 인공수정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에 대하여 재음미하고, 관련 기술의 효용성 제고와 전문가 양성 등에도 더욱 노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둘째로는 국내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이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의 특징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이 되기는 하나 축산농가에 대해 막대한 피해와 최근 인체감염 등의 우려가 큰 것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처음 발생(A/H5N1)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작년 10월 29일부터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총 47건이 발생이 되었으며, 매년 가금류 사육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음은 물론 소비자물가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연구 강화는 물론 관련 정책의 효율성 제고와 개별 농장의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 등을 통해서 질병 감염의 최소화와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는데 관련 주체 간 협력과 현안 해결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로는 인공지능에 대한 흐름이다. 지난 1월 21일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인공지능 인프라에 5천억 달러(약 718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과 향후 가치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도 축산업을 포함하여 각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와 현장 기술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축산현장에서는 가축의 생산성 향상, 악취 및 질병 관리, 에너지 효율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인공지능 기술 접목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에서 취약한 부분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특히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스마트(정밀) 축산의 역사가 짧은 측면도 있으나, 그간 빅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활용 전략이 부족했다. 따라서 국가기관과 민간 영역에서 확보하고 있는 관련 자료에 대한 통합적인 공유 방법과 활용도 제고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이는 국내 축산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의 극대화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외국산 축산 시설(장비)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기술한 3가지 AI는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재와 미래의 키워드(Keyword)라고 볼 수 있다. 축산업에서의 가축인공수정에 대한 효용성 제고,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철저한 방역,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와 활용 확대는 식량안보를 지키는 축산, 국민이 공감하는 축산으로 거듭나기 위한 숙제이며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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