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버티던 국산 후지시장도 ‘적색 경보’

  • 등록 2025.05.14 09:20:48
크게보기

육가공품 판매 부진·할당관세 이전부터 전지 수입 급증
원료육 수입 전환 ‘신호탄’ 가능성…한돈업계 위기고조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국내산 돼지 뒷다리 시장에 강한 ‘위험신호’ 가 켜지고 있다.
가장 큰 수요처인 육가공품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 그 대체육으로 선호도가 높은 수입 앞다리육 도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돼지 뒷다리가 삼겹살과 목살 시장의 극심한 부진을 일부 대체하며 돼지가격을 떠받쳐 온 만큼 국내 양돈업계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4월 모두 2만2천655톤의 돼지 앞다리육이 수입됐다.
전월 대비 64.8% 증가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돼지고기 수입이 늘어났던 전년 동월(2만605톤) 보다도 많았다. / 본지 3629호(5월9일자) 8면 참조
아직 정부가 예고한 육가공품 원료육 할당관세 적용이 개시되지도 않은 시점인데다 수입을 위한 오퍼가 이뤄졌을 지난 2월만 해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환율이 급등, 돼지고기 수입 부담이 큰 시기였던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햄, 소시지 등을 생산하는 2차 육가공업계가 수입 앞다리로 원료육 전환을 본격화 하는 ‘신호탄’ 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의 앞다리육 수입 증가세가 연간 수급 계획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2차 육가공업계 주도하에 이뤄졌을 경우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근거가 되고 있다.
2차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 원료육을 선택할 정도로 국내산과 가격차가 벌어진 것은 아닌데다, 국제가격과 환율 등을 감안할 때 한달 수입량만으로 향후 흐름을 단정짓는 건 무리”라면서도 “다만 육가공품 원료육의 국내산 비중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져 있다. 시간 문제일 뿐 2차 육가공업계 입장에서는 그 비중이 낮아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평균 60~70%였던 2차 육가공업계의 국내산 뒷다리육 사용 비중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90%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올들어서도 전년 대비 10% 안팎으로 상승, 수입 앞다리육 가격의 오름폭을 넘어서고 있는 국내산 뒷다리 가격과 함께 잇따른 돼지 질병 리스크로 인해 수급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국내 현실도 2차 육가공업계를 자극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유력한 2차 육가공업체의 경우 거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국내산 원료육 공급 업체와의 연간 계약이 두달 이상 미뤄지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기도 했다.
국내 양돈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1차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당관세 수입량(1만톤)만으로 육가공품 가격 안정을 전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국내산 원료육 가격에 대한 (2차 육가공업계의)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며 “그런데 할당관세 적용 이전부터 수입이 늘었다.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한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 가격을 내리기 시작할 경우 빠른 속도로 1차 육가공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할당관세를 겨냥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혹의 시선도 나오고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지난 4월 수입된 돼지 앞다리육 가운데 75.6%인 12만7천118톤이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미국산이었기 때문이다. 할당관세 혜택이 예상되는 브라질산은 1천198톤, 멕시코산은 21톤에 그쳤다.
주목할 것은 국내 육가공품 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태에서 그 원료육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까지 정해져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국내산 뒷다리육 시장이 흔들릴 경우 국내 돼지가격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내 양돈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이일호 yol215@hanmail.net
당사의 허락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62. 6층 (우편번호:08793)
대표전화 : 02) 871-9561 /E-mail : jhleeadt@hanmail.net
Copyright ⓒ 2007 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