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농협 직원들이 거센 산불 속에 사투를 벌이면서 우리 축산업의 기반인 한우와 젖소 씨수소를 지켜냈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와 젖소개량사업소의 영양사업장은 이번 경북 산불 피해 권역에 포함되면서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 안병우) 임직원과 전국의 축산농가를 바짝 긴장시켰다. 한우 후보씨수소 142두, 젖소 후보씨수소 145두가 각각 영양사업장에 분산 사육 중이기 때문이다. 한우개량사업소(서산)와 젖소개량사업소(원당)는 가축 질병을 비롯한 비상시 씨수소 보호를 위해 영양사업장에 후보씨수소를 분산시켜 사육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전국의 축산농가들은 씨수소에 대한 걱정도 함께 하면서 산불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안동산불이 영양까지 번진 지난 3월 25일 농협젖소개량사업소(소장 최완용) 영양사업장 직원들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화재위험물 점검과 소방호스 연결 등 화재에 대비하면서 운송차량 섭외부터 질병 검사까지 후보씨수소를 대피시키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번져오는 불길에 영양군청 직원들의 다급한 대피 요청이 있을 정도로 상황은 긴박했다. 25일부터 준비한 젖소 씨수소 대피계획은 밤을 새워 진행되면서 26일 오전 6시 원당(본소)으로 유전능력 상위개체 21두를, 안성(농협사료 목장)으로 123두를 이동시키면서 종료됐다. 기립 불능우 1두는 영양에 잔류했다. 운송과정에서는 거점소독시설 경유와 입식 전 소독도 이뤄졌다. 씨수소 대피 후에도 영양에선 내외부 소방호수 물 분무 등 화재 대응 활동은 계속됐다. 이후 젖소개량사업소는 산불 상황을 지켜본 후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안성의 씨수소 123두를 순차적으로 영양으로 다시 이동시켜 입식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원당으로 보내진 씨수소는 그대로 남았다.
한우 후보씨수소 142두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3월 25일 밤 11시 50분까지 한우개량사업소(소장 김명국)의 1~2차에 걸친 본소 지원 인력과 운송 차량이 영양사업장에 도착해 26일 오전 1시부터 사업장 주변 잔불 진화 작업과 동시에 씨수소 확인과 시설물 점검 등을 거쳐 오전 11시부터 27일 오전 5시 20분까지 후보씨수소 142두 전체를 서산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산불은 영양사업장 구비장과 우사 한 동의 판넬, 지붕재를 파손시키고, 소화전 배관, 물탱크 배선 소실과 수위조절센서 고장 등의 피해를 입혔다. 한우개량사업소는 사업장 주변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시설물에 물을 분사하고 파손된 부분에 대한 수리 작업 중이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긴박하게 돌아가던 시간 동안 농협 중앙본부에 비상 대기 중이던 임직원들도 손에 땀을 쥐어가며 가슴을 졸였다. 가축개량 업무 주무부서인 농협축산지원부(부장 김태연)를 비롯해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임직원들도 꼬박 밤을 새워가며 상황에 대비했다. 김태연 부장은 "영양사업장의 설계와 관리 시스템이 씨수소 보호에 초점을 맞춰 잘 갖춰져 있는 점이 이번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제 긴급 상황은 종료되고 화염 속을 뚫고 나와 이동을 계속하면서 고생한 씨수소에 대한 수의 진료와 영양제 공급 등 사양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축산농가들은 그래도 농협 직원들의 고군분투로 유전 자원을 지켜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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