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 만 영 박사(한국양봉학회 고문)
꿀벌은 사회성 곤충으로 하나의 벌통에 한 마리의 여왕벌,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수벌, 수천에서 수만 마리의 일벌 등으로 구성되어 봉군(벌무리)을 형성하고 있다.
일벌의 일령별 임무가 정해져 고도의 사회성 곤충으로 불리면서 집단생활을 한다. 꿀벌의 종족 번식 과정은 여왕벌의 산란력과 일벌의 포육력 관계로 일벌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일벌의 포육력이 여왕벌의 산란력을 능가할 때 발생한다.
과잉의 포육력으로 임무 수행을 하지 않는 일벌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분가하며 이를 분봉이라 한다. 분봉은 꿀벌의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으로 다른 동물의 번식 과정과 동일한 것으로 환희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분봉의 과정은 구 여왕벌이 일군의 무리를 지어 나가는 것으로 이때 일벌들은 벌통 내 꿀을 자기 몸에 가득히 채워서 나가기 때문에, 봉군의 경제적 가치는 사실상 상실된다.
양봉농가 입장에서는 생산할 벌꿀이 없어져 막대한 피해를 본다. 또한 강한 봉군은 1차에서 3∼4차까지 계속해서 분봉하여 원봉군은 세력이 약화하고, 결국 질병 발생 등으로 해당 벌통을 망실하게 된다.
꿀벌은 번식 습성이 강하여 꿀 생산이 많이 나는 시기(유밀기)에는 여왕벌 산란이 왕성하고, 젊은 일벌과 수벌이 증가하면서 벌집의 하단부에 중력 방향으로 별도의 왕대(왕을 양성하는 방)를 형성한다.
분봉 증세는 일차적으로 일벌번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벌집 하단부에 수벌집을 만든다. 먼저 수벌을 양성하는 이유는 여왕벌보다 발육 기간이 8일 빠르며, 성충 출방 후 최적 교미기까지도 약 6일간 빠르기 때문이다. 즉 수벌은 알부터 최적 교미기까지 36일이 소요되지만, 여왕벌은 약 22일이 소요된다.
분봉 증세가 심해지면 이 증상을 분봉열이라 부른다. 이때에는 갑자기 봉군 활동이 감소하고 드나드는 꿀벌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나들문(꿀벌의 출입문)에 뭉쳐있는 벌들이 많아지는데 이는 사육할 유충이 없고 채집한 꿀을 저장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벌통 내부에서는 일벌들의 집짓기와 꿀 저장 작업이 태만해진다. 여왕벌의 경우에는 산란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복부가 줄어들고 가늘어져 비행할 준비를 한다. 분봉열은 종족 번식의 행동으로 한번 발생하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양봉가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분봉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수벌집을 제거하면서 일벌의 밀집 방지, 여왕벌에게 충분한 산란 공간 제공, 꿀 저장 공간 마련 등으로 빈 벌집 추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벌통 내 양호한 환기를 위해 벌문 개방 확대, 벌집과 벌집사이 간격을 넓게 하며, 착봉수(벌집에 붙어 있는 벌집수)를 적게 하는 등의 조치를 병행한다.
근본적으로는 분봉성이 적으면서 산란력이 왕성한 우수 여왕벌로 계획적인 분봉을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우수 여왕벌 양성을 위해서는 다음 3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부군인 수벌 양성이다. 봉군 관리상에 수벌은 무위도식하여 제거의 대상이다. 수벌은 일벌이 먹여주고 관리하여 식량을 축내는 불필요한 존재로 발육 계절 동안 정상적인 봉군에서는 수십에서 수백마리 유지하나 월동 전에는 모두 벌통 밖으로 몰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위적인 계획육종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수벌이다. 수벌의 존재 이유는 종족 번식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수벌의 교미적령 일은 여왕벌보다 14일 정도 앞서므로 계절에 적합한 수벌 전용 벌집을 여왕벌 양성 약 2주 전에 넣어 집중적으로 양성한다.
둘째, 모군인 여왕벌 양성이다. 여왕벌은 우수한 봉군의 일벌 난(부화 후 6시간)을 왕대에 옮겨 양봉장 관리 봉군 중 가장 우량한 봉군에서 양육한다. 아울러 이충 후 12일째 성충으로 출방하므로, 왕대(여왕벌 발육방)를 11일째에 교미군으로 옮긴다.
셋째, 교미군은 전문교미상과 표준벌집교미상을 이용한다. 전문교미상은 표준벌집교미상보다 크기가 1/3과 1/4로 작아 어린 일벌들을 빈 벌집과 함께 넣어주며 연중 이용한다. 이때 연당(가루설탕을 꿀과 반죽하여 만든 먹이)과 화분 먹이를 넣어준다.
전문교미상은 한번 조성하여 처녀여왕벌이 교미하면 빼내고 다시 처녀여왕벌을 넣어 여러 번에 걸쳐 여왕벌을 교미하는 데만 이용하는 반면에 표준벌집교미상은 일반 봉군의 벌집을 이용하여 처녀왕이 교미하면 그대로 생산 봉군으로 이용한다.
꿀벌의 입장에서 분봉은 반듯이 행해야 하는 종족 번식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만 양봉가는 철저하게 막아야만 한다. 상호 이율배반적으로 양봉관리상에서도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분봉 방지 현상 자체는 간단한 봉군 관리 기술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수 여왕벌 양성기술의 고급 봉군관리 기술이다.
꿀벌을 관리하는 양봉가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봉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며,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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