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저수익‧규제강화 경영환경 악화 농가 이탈 가속 우려
현실 보다 낮은 정부 자급률 목표 부정적 전망 한몫
최근 일본에서는 어려운 서민경제의 현실을 다루는 일부 언론에서 돼지고기 자급률을 소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본의 돼지고기 자급률(48.3%)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수입 돼지고기 가격 상승, 이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서민음식 라멘의 가격이 올해에만 세차례 걸쳐 오르는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음을 주목한 것이다.
국민들의 주요 식단도 아니고, 우리 나라처럼 물가관리 품목에 포함되지도 않는 돼지고기의 자급률이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2010년 안동발 구제역 계기 급락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의 우리나라 역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자급률은 국내 사육돼지의 30%가 살처분 된 지난 2010년 안동발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커다란 전환기를 맞게 된다. 마침 세계화 바람과 함께 급속히 확산되고 있던 자유무역주의와 더불어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한데다 이들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줄어들면서 80%에 달했던 돼지고기 자급률이 붕괴, 한 때 60%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다행이 국내 사육기반이 회복되며 돼지고기 자급률도 70%대에 재진입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자급률 회복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공급 증가 불구 자급률 하락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산하 한돈미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자급률은 73.1%로 추산되고 있다.
돼지 도축두수가 1천900만두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산 공급량이 늘었지만 돼지고기 수입량 역시 45만톤이라는 역대급 물량으로 국내산 공급량의 증가폭을 상회, 소폭이긴 하나 돼지고기 자급률이 전년(73.2%) 보다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것은 돼지고기 자급률의 전반적인 하향세 속에서도 국내 돼지 사육두수와 도축두수는 꾸준히 늘어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4년 22kg을 조금 넘던 우리 국민들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10년만인 지난 2023년 30kg을 넘어서며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지속적인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가 이를 뒷받침 해 왔다.
다만 70%대 중초반에서 오르내림을 거듭하고 돼지고기 자급률은 소비 증가분 대부분이 국내산이 아닌, 수입 돼지고기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오는 2033년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32.6kg까지 늘어남에도 돼지고기 자급률은 지금 보다 조금 낮아진 72.6%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나친 낙관론 '경계'
그러나 최근 돼지고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류를 감안할 때 농경연의 이러한 시각이 중장기적으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령화와 함께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국내 전체적인 소비량 자체가 감소, 돼지고기 가격 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각종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및 관리비용 부담,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생산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향후 양돈산업의 대내외적 경영 환경 전망이 그 배경이다.
다시말해 고생산비, 저돈가에 따른 양돈산업의 저수익 기조가 고착화, 규제 강화 추세와 맞물리며 양돈이탈 현상이 가속화 되고, 이는 곧 국내산 생산기반의 붕괴로 이어지면서 자급률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적으로 나타나는 규모화 및 양돈농가 숫자의 감소는 일부 양돈장의 공백시 국내산 공급기반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시장 저항 가격의 하락 현상이 두드러지며 삼겹살 매출 비중은 정체 또는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후지를 중심으로 한 하부위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최근 몇년간의 추세는 무엇보다 큰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돼지고기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큰 흐름으로 고착화 될 경우 구이류 중심의 고부가가치 시장 축소와 함께 가격이 절대적 선택 기준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하부위의 매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수입 돼지고기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시장 흐름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뿐 만 아니라 외식과 가정수요, 육가공, 단체급식 등 각 수요별 ‧ 세대별 정확한 돼지고기 시장조사를 토대로 국내 양돈산업의 방향과 대응전략을 마련, 돼지고기 자급률 사수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는 단순히 시장 전망 수준이 아닌, 식량안보의 시각으로 접근한 공격적인 돼지고기 자급률 목표 설정과 그 실현을 위한 ‘양돈산업 진흥 정책’으로 이러한 민간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