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시대 역행하는 축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비율
모니터링 전문화·유통 전 단계 걸친 교육 철저
지난해 축산물 업계는 오랜기간 우리 축산물의 품질을 보증해온 인증제, 이력제 등을 위반한 업체들이 계속 등장하며 몸살을 앓았다. 이 외에도 축산물 유해물질 논란은 계속 매년 발생하고, 그러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축산 농가들의 어려움은 점차 커져만 갔다.
축산물의 안전성 문제는 소비자들과의 약속인 동시에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농가들의 이윤 창출을 위해서도 주의 깊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축산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전성의 의미 확대하기
축산분야 전문가들은 현대 축산물이 안전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주장이 소비자들이 느끼는 안전함의 정도와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인식의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공적 기관이 제시하는 과학적 판단과 국민 개인들이 체감하는 주관적 판단에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대적 개념에서 안전성이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위험수준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즉, 전문가들이 어떤 작은 위험을 두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해 안전하다 주장한다 할지라도 국민들이 그 위험을 위협으로 느낀다면 이는 안전한 축산물이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유래한다. 첫째, 지금 수행되는 안전성 평가와 최종 식품검사 체제가 사후적 평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완할 지점들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일 경우 과학적 불확실성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어 안전성을 확신하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실질적으로 안전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어 안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경우이다. 축산업에서는 두 요인을 모두 고려해 안전성 평가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
비의도적 오염물질 줄여가는 노력 필요
축산식품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위해요소의 대표 항목은 화학적 요소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안전성 평가 또한 축산물에 남아있는 화학 물질의 잔류량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있다.
그러나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화학적 요소는 다시 의도적 잔류물질과 비의도적 오염물질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의도적 잔류물질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농약, 동물의약품(항생제), 첨가제 등이 포함돼 있다.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인체에 유해한 물질임을 알기 때문에 법적으로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제한해두고 있다.
반면 비의도적 오염물질은 단어 그대로 사람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러 환경 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포함된 유해물질들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땅 속에서 나오는 중금속, 곰팡이 독소와 같은 물질이나, 제조가공 중 유입되는 이물질들이 포함된다. 이런 물질들은 축산인들의 책임은 아니지만 체내로 유입됐을 때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축산물의 안전성 평가는 대부분 의도적 잔류물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비의도적 오염물질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축산인들이 탄소중립, 환경보호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안전한 축산물을 추구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비의도적 오염물질을 줄여가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에 사후적으로 잔류량을 측정하는 식품 관리 법령 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예방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환경 관리 관련 법령 또한 중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친환경농어업법, 동물보호법, 물환경보전법, 토양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 헬스(One health)’의 시대
마지막으로 축산물의 안전성 문제는 사람, 동물, 생태계가 모두 건강해지는 세상을 목표 삼아 논의될 필요도 있다. 이는 원 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원 헬스란 우리 사람의 건강이 동물, 환경의 건강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하나로 연결되었기에 어느 한 영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영역들이 영향을 받으므로, 모두가 건강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원 헬스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축산업 또한 건강하게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환경위생을 비롯해 공중보건, 동물위생, 동물복지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이 종국에는 건강한 축산업, 건강한 인류를 위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제는 진지하게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유지시키고, 가축과 환경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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