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타 유업체도 감축 목전…낙농가 마땅한 대응책 없어
제도 도입 취지 무색…정부, 악순환 끊기 결자해지를
유업체의 원유계약 물량 감축 움직임이 현실화되면서 낙농가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부터 충남권 4개 집유조합과 맺은 원유계약 물량을 전년대비 17% 감축했다.
원유 잉여 및 소비감소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이 이유다. 당초 통보했던 30% 감축보단 줄어들었지만, 유례없은 높은 수준의 물량 감축으로 납유농가들의 경영상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계약물량 감축으로 정상가격을 받는 원유량이 줄어든데다, 이번 계약으로 기존 집유주체 분기총량제가 개별 분기총량제로 바뀌면서 쿼터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는 농가의 경우 경제적 손실이 더욱 커지게 됐다.
한 조합의 관계자는 “용도별차등가격제를 도입할 때만 하더라도 수급조절을 함께 논의하자고 합의가 됐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원유수급 상황을 판단해서 기존 물량과 비슷하게 계약을 하기로 협의를 해놓고 갑자기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감축을 진행하고 집유조합은 방치하는 모습에 제도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남양유업이 선제적으로 원유계약 물량을 감축하면서 타 유업체들도 감축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일유업도 조만간 감축된 물량으로 계약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며, 빙그레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유업체와 조합간 원유계약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1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양측간 이의가 있거나 변경사항이 있으면 통상관례상 계약물량 변경을 요구할 수 있어, 연중에라도 원유계약 물량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낙농가들은 유업체가 원유를 받아주지 않으면 다른 납유처를 찾을 방도도 없기에 감축을 원할 시 결국 응할 수 밖에 없다며 속수무책의 심정을 드러냈다.
김포의 한 낙농가는 “생산비가 치솟는 현실에서 제값을 받는 쿼터가 줄면 농가들은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유는 생산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고 저장성도 짧다. 유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에서 농가차원에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워 속절없이 유업체들의 입장만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라고 말했다.
이들 유업체는 용도별차등가격제에 참여하면서 국산원유 구매 확대 및 자급률 향상을 명목으로 정부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제도 취지를 벗어난 이탈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올바른 제도 시행을 위한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다른 유업체들의 계약물량 감축도 현실이 된다면 제도 도입 자체가 무색하게 농가 피해가 확대될 것이다. 낙농가들은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이란 공동목표를 위해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신뢰하고 합의했다. 정부는 제도의 운영주체로서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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