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가격경쟁력 우위를 앞세운 외산 유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거센 공세를 펼치는 사이 생산기반은 위축되면서 국산 우유자급률은 44.8%까지 하락했다. 식량주권이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산비 절감이 중요한 가운데, 부존자원이 없는 국내 낙농여건 속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개량이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 연천 덕현목장(대표 박윤재)은 개량을 통해 강건성과 생산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곳으로, 최근 3세대에 걸쳐 엑셀런트우를 배출하며 개량선도농가로 주목받고 있다.
약점 보완한 계획 교배·세심한 사양관리로 개량 성과 극대
305일 유량 1만2천672㎏…우군 평균 선형심사 83점 독보적
젖소들 높은 원유 생산성에 강건성까지 갖춰…‘이상적 목장’
▲엑셀런트우 4두 배출한 개량 선두자
목장을 하기 전 수정사로 근무한 박윤재 대표는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개량에 누구보다 진심을 쏟고 있다.
박 대표는 철저한 혈통관리와 함께 각 젖소마다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액을 선정해 수정하고 있는데 국내 모든 정액 판매처의 팜플렛을 일일이 비교분석해 좋은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조합을 찾는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덕현목장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덕현목장은 최근 모든 개량농가가 바라는 엑셀런트우(선형심사 점수 90점 이상)를 4번째로 배출했다.
1년에 6만~6만5천두 가량의 젖소를 대상으로 선형심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중 50여두 정도만이 엑셀런트우로 선정되는 어려운 일을 네 마리나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개량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특히, 이번에 4번째 엑셀런트우로 선정된 소(덕현 더블유 앳우드 킹 덕 534호)의 조모(덕현 던디 지 더블류 앳우드 377호)와 모 (덕현 에어레이드 던디 329호) 역시 엑셀런트우로 이번에 딸소까지 3세대에 걸쳐 엑셀런트우를 배출한 것은 개량 역사상 두 번뿐이 없는 아주 드문 일이다.
또, 앞선 소들 뿐만 아니라 목장 선형심사 점수도 평균 83점으로 전국 평균이 70점 후반임을 고려하면 전체 우군의 개량 수준도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탄한 우군을 꾸려온 덕현목장은 20여년 간 품평회에 출전하면서 화려한 수상이력도 자랑하고 있다.
2022년 비대면으로 개최된 젖소 경진대회에서 7부 최우수축을 달성함과 동시에 오랜 숙원이었던 그랜드 챔피언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젖을 짜기만 해서는 목장 일이 재밌을 수는 없다. 내 젖소들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후대가 어떻게 나올까 하는 기대감 덕분에 더욱 의욕을 가지고 목장을 할 수 있다.”
개량은 목장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말이다.
그는 “개량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체감할 수 있다. 또, 인공수정을 잘한다고 원하는 소가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이번에 3세대 연속 엑셀런트우 인증을 받았을 때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감회가 참 새로웠다. 목장에 3대 엑셀렌트우의 딸소들이 네 마리 있는데 이중 다음 엑셀런트우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형과 생산량 둘 다 잡아
강건성이 우수한 체형의 소들은 많은 원유생산량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덕현목장의 소들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상적인 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덕현목장의 305일 평균 유량은 1만2천672kg로 전국 검정농가 평균보다 2천kg 이상 많다.
3대 엑셀런트우 역시 3산에 일 평균 유량 60kg를 자랑한다.
박 대표는 “소의 장수성을 보면서 개량을 하고 있다. 체형만 생각하면 유량이 적게 나오고, 유량 중심 개량을 하면 유방이 쳐져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젖을 많이 짜는 고능력우는 영양이 부족해 질병에 취약하고 이 때문에 도태되기 쉽다. 또, 생산비를 줄여야 농가 수익이 개선되는데, 조사료를 구입해서 먹여야 하는 우리나라 낙농 환경을 고려하면 건강하게 젖을 오래 짤 수 있는 소를 만든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목장의 소들이 생산쪽으로 개량을 하는 곳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교배계획 다음엔 이를 한 단계 더 뛰어넘는 사양관리가 수반되어야 개량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이에 그는 일반적으로 우유를 먹이는 기간이 1~2개월이라면 3개월까지 급여해 위를 늘리면서 면역력을 높인다.
또한 이유구간이 끝나면 1년간 티모시, 연맥, 알팔파, 톨 등의 양질의 조사료를 위에 머무는 시간을 고려해 급여함으로써 뱃구레를 최대한 키우고 있다. 이렇게 해야 착유시 고품질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고, 질병발생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임에도 중송아지, 초임우, 착유우, 건유우 생리에 맞춰 각각 다른 배합비로 자가 TMR을 하고 있다.
사육환경을 봐도 박 대표의 세심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축사 지붕은 높이를 13m로 높였으며, 축사를 짓는 과정에서 며칠을 밤낮으로 바람이 부는 방향을 파악해 선풍기를 설치해 통풍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채식장엔 스크레퍼를 설치해 계절별로 가동 횟수를 지정하면 수시로 바닥을 긁어주기 때문에 축분으로 인해 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항시 깨끗한 환경 유지가 가능하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장으로 인식개선
파주에서 지금의 축사로 신축이전을 하면서 덕현목장은 현재 사육규모는 전체 사육두수 220두 중 착유우 72두로 서울우유 쿼터 2천500kg를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가 각별히 신경 쓴 부분 중 또 하나는 청결하고 깨끗한 목장 관리다.
그래서 덕현목장에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심어진 정원과 연못은 지나가던 이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분위기를 환기시켜준다.
또, 덕현목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깨끗한 축산농장, 경기도의 가축행복농장 인증을 받았으며,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실시하고 있는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젖소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당연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인근 주민들에게 깔끔한 축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목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박 대표는 앞으로 목장운영에 효율성을 높여 힘닿는 때까지 국민 필수식품인 고품질의 우유를 생산하는 현장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좋은 정액을 사용하고 개량의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육성우 두수가 120두로 비중이 높다. 유전체 검사를 통해 육성우를 선발하고, 체형과 생산량의 밸런스를 맞춰 개량을 계속해나갈 것이며, 5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홀스타인 품평회를 개최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내 나이가 60세로 목장을 한지가 34년인데, 서울우유조합원 중엔 최고 연세가 80세가 넘으신 분도 있다. 나도 열심히만 한다면 앞으로 20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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