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송 대 섭 교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바이러스실)
국내에서지난 10월 18일 올해 첫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확진 사례가 확인되었다.
HPAI는 연중 발생하고 있으나, 특히 겨울철 동절기에는 철새의 이동으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가 극대화되는 시기다. H5N1 clade 2.3.4.4b 계통이 지속적으로 검출되는 상황에서 가을철 철새 이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감염 위험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에서의 HPAI H5N1-젖소 감염은 지속적인 공중보건학적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까지 14개 주 380개 농장으로 감염이 확산된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것은 최근 미국 최대 낙농주인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사례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낙농업의 중심지로, 이 지역에서의 발생은 산업적 영향과 함께 공중보건학적 위험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감염된 젖소의 우유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미살균 우유를 섭취한 농장 고양이들의 집단 폐사가 발생했으며, 농장 근로자들의 감염이 확인되어 종간 장벽을 넘어선 전파의 현실화가 확인되고 있다.
급기야 필자가 본 원고를 발송하기 직전인 2024년 10월 30일 기준으로 중요하다고 언급했던 고병원성 H5N1이 돼지에도 전파된 것이 미국에서 보고되어 경각심을 더욱더 높이고 있다.
이러한 포유류에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적응 현상은 기존에 알려진 돼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SwIAV)의 진화 특성과 맞닿아 있다. SwIAV는 전 세계적으로 H1N1, H1N2, H3N2의 세 가지 주요 아형이 순환하고 있으며, H1 바이러스는 1A, 1B, 1C 계통으로, H3 바이러스는 유전형과 도입 시기에 따라 분류된다.
특히 돼지는 호흡기 전체에 SA-α2,6(인간형) 수용체와 하부 호흡기에 SA-α2,3(조류형) 수용체를 동시에 발현하는 특징이 있어, 이른바 'mixing vessel'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특성은 항원성 변이와 유전자 재배열을 통한 신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을 높이며, 농장 단위의 전파와 지역사회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SwIAV는 계절성과 무관하게 연중 발생하며, 백신 면역압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인간에서 유래한 과거 HA 계통이 돼지 개체군에서 유지될 수 있어, 추후 인간 집단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포유류 적응 인플루엔자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사례는 개 인플루엔자의 진화다. H3N2 canine influenza virus(CIV)는 2006-2007년경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분리, 보고되었고, 2015년 미국 시카고 지역을 통해 북미에 유입된 후 급속히 확산되었다.
미국 내 분리주들은 한국의 H3N2 CIV와 높은 유사성을 보이며, 지역-시간적 계통을 형성하고 있다. 임상적으로는 경증-중등도의 상부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기침과 발열이 주증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다른 호흡기 병원체와의 복합감염 시 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재배열 현상은 거의 관찰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동물 적응 바이러스의 진화와 함께, 최근에는 사람에서 동물로의 역인수공통감염 현상이 새로운 도전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SARS-CoV-2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반려동물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밍크 농장에서의 대규모 발병은 동물 숙주에서의 바이러스 적응과 진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플루엔자의 경우에도 중국의 연구에서 고양이의 2.8%에서 인간형 계절성 인플루엔자가 검출되는 등 역인수공통감염의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 이러한 양방향성 전파는 동물 숙주에서의 바이러스 적응과 진화를 촉진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변이 출현의 잠재적 위험을 내포한다.
이러한 다양한 숙주에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진화와 적응은 기존의 HPAI 중심 감시체계를 넘어선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고병원성에만 집중하는 감시에서 탈피하여 고병원성/저병원성을 포괄적으로 감시하면서 다양한 감수성 동물에 대한 예찰도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고양이, 개 등 반려동물과 사람의 밀접 접촉이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들 동물에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진화와 전파 양상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연구가 요구된다.
최근 들어 원헬스가 강조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가 인플루엔자와 같은 신종감염병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모여 대책 논의를 시작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논의 이후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실질적인 협력방안 및 정책도출이 절실하다. 또한 국제적 차원의 유전자 정보 공유와 병원성 분석을 통해, 새로운 변이 출현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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