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회장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2014년 설립된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가 어느덧 10년차를 맞이했다. 본 연구회는 ‘안전하고 건강한 축산물 바로 알리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하였으며 그 지향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꾸준하게 학술연구와 토론활동을 이어가며 축산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필자가 정년퇴임 전에 연구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안티축산 운동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의 왜곡되고 편파적인 보도는 소비자들의 축산물에 대한 불신만을 더 심화시키고 있었다.
결정적인 사건은 2014년 2월, EBS에서 나온 한 방송이었다. 우유에 대한 각종 부정적인 소견만을 모아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였는데 그걸 시청하면서 그간 축산인들이 얼마나 안일하게 대응했는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안티축산 운동이 이미 거세게 행해지고 있었는데, 우리 축산업에선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방송은 필자로 하여금 생각에만 머물러 있던 계획을 실행하게 하는 불씨가 되었다.
연구회 결성해 심포지엄 전개
‘축산에 대한 바르고 과학적’인 정보 공유
2014년 7월,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설립과 함께 가장 먼저 시행한 일은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를 구성원으로 삼아 연구회를 결성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는 필자가 연구회를 통해 심도 있는 학술연구와 토론활동을 해야겠다고 계획하면서 세운 활동 중 하나였다.
학술행사를 조직하면서 특별히 유의했던 점은 다양한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안티축산 운동에 대한 대응을 강구하는 일이니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보다, 오히려 안티축산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7월 18일 개최한 ‘제1차 심포지엄’에 한국채식영양연구소 소장을 초청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였다. 축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을 무조건 반박하기보다는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와 근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잘못된 부분은 교정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초창기의 심포지엄에는 축산인 모임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전문가들이 초청되었다. 연구회 설립 이듬해 열린 제3차 심포지엄에는 동물복지운동의 대표로 정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상임이사, 채식인 대표로 이의철 베지닥터 사무국장을 초청했다. 공정한 토론을 위해 축산관계자 대표로 농림축산식품부 이천일 축산국장, 농협·생산자 대표로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박인희 단장을 비롯해 의사 대표로 정지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모셨다.
다른 한편으로 축산물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는 영양학적 측면을 과학적으로 정리하고자 실제적으로 환자들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심포지엄을 조직하였다. 2017년부터 ‘우리 축산물과 함께 건강해지는 저탄고지라이프’라는 슬로건으로 매년 2회씩 비만, 아토피, 뇌질환 등 건강을 둘러싼 여러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공동 심포지엄을 이끈 주인공들은 의사들이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내용만을 다루는 전문가들의 소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추측성 주장이 아닌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입증된 정보가 잘 정리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렇듯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는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진행해 온 일련의 심포지엄들을 통해 축산업 또는 축산물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평하게 수렴하여 축적하고 또한 과학적 내용을 기반으로 건강을 위한 토론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해진 활동이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와 전국 순회강연
소비자들과 소통 노력…왜곡 정보 알려
심포지엄을 통해 축산업에 대한 ‘과학적’ 논거를 정리할 수 있었다면, 이제 이렇게 정리된 좋은 정보들을 소비자들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김연화)와 협력하여 전국 순회교육을 기획했다.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축산업이 오랜 기간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축산물을 믿고 소비해 준 국민들의 신뢰 덕분이었다. 그러나 축산인들은 축산물 생산에만 집중하고 소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안티축산 운동은 그 공백을 틈타 검증되지 않은 각종 왜곡된 정보들을 배포하며 소비자들이 축산업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축산물 유해론을 방관하고, 건설적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등을 돌리게 한 책임을 절감했기에 전국을 순회하며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한 ‘축산바로알리기 전국 순회교육’은 2019년 4월부터 매년 약 5~10회에 걸쳐 진행되어 왔다. 필자를 포함해 여러 전문가들이 전국을 다니며 동물성 식품 섭취의 중요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축산업에 대한 왜곡된 정보 대신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하게 이어온 전국 순회교육 활동은 축산업의 영양학적 측면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주제 또한 축산업과 영양, 식단, 건강, 환경, 대체축산물 등 소비자들이 관심 있어 하거나, 그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다양하게 선택했다. 그리고 일방적인 강연에서만 끝내지 않고 쌍방향 소통 형식의 질의응답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노력했다. 많은 소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언론 기고·축산바로알리기 소식지 활용
최신 뉴스 파악…축산 위기 발빠른 대응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는 매달 첫째, 셋째 수요일에 모든 회원들에게 소식지를 발송한다. 연구회가 설립된 이후 10년 동안 빠지지 않고 지속해 온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다. 매달 2회씩 꾸준히 소식지를 발행하는 이유는 축산업과 관련해서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들을 놓치지 않고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식지는 단순하게 최신 동향만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축산업과 관련된 최신 동향과 함께 축산인들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을 화두에 올리고자 했다. 축산업과 환경, 축산업과 식량안보 같은 사안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축산업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주제이지만 상대적으로 언론에서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했다.
소식지와 더불어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언론에 기고문을 작성하는 일 또한 연구회에서 중시하는 업무이다.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가 만들어질 당시 축산업에 대한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해서 혼란스러운 시기였음을 상기하면 언론을 통해 올바른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기고문을 통해 축산업이 처한 현실을 인지하길 바라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필자는 매년 정기적으로 ‘축산신문’에 시리즈 원고를 기획해 작성했다. <최윤재 교수의 ‘목소리’>에서는 오랜 기간 동물생명공학을 연구하고 고민해 온 축산인으로서의 경험을 담고자 했고, ‘최윤재의 팩트체크’에서는 축산업을 둘러싼 각종 오해들을 과학적 근거로 검토해 바로잡고자 했다. 지금 연재 중인 ‘최윤재의 K-축산, 국민 속으로’는 오늘날 현대 축산업과 관련된 각종 중요한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다루어 축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한편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가 많이 공을 들인 주제는 배양육이었다. 필자는 배양육이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부터 그 위험성을 인지해 공론화하려 했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이런 문제들이 밀실행정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세포배양 기술로 만들어진 제조품들이 축산물로 포장돼 시장에 나올 준비를 마쳐가고 있는데 우리 축산인들이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이렇게 10년 동안 축적된 기고문들은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매년 말 1년 동안 작성된 글을 모아 자료집 형태로 제작해서 심포지엄 같은 행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작성한 배양육 관련 주제들은 중요해서 별도로 모아 자료집을 발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10년, 그러나 아직도 해결 필요한 많은 문제들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가 걸어온 10년은 좁게는 축산인들과, 넓게는 국민 모두와 함께 소통하려고 노력한 시간이었다. 당장은 축산업에 씌워진 오해를 바로잡고, 축산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였으며, 때로는 축산업의 견실한 발전을 위해 축산인들에게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축산업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
이제 필자는 지난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 동안 해야 할 막중한 임무들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연구회 설립 당시 목표한 임무들에 대한 성과도 분명 있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과제들이 많이 있다고 본다.
일례로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설립 당시 함께 추진한 ‘오메가 지방산 균형 연구회’, ‘남북한 축산진흥 연구소’ 사업의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려 소홀하게 다루어졌다. 특히 오메가 지방산 균형을 맞춘 축산물을 생산하고 관련 시장을 개척하는 작업은 우리 축산업을 위해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변화하는 추세에 발맞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SNS, 유튜브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통적 소통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소위 대체식품 시장이 성장하며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축산업에 대한 각종 오해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축산인들은 여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라도 관련 전문가들에게 적극 도움을 요청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홍보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해 그리고 후대를 위해 친환경 축산업을 이루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장은 모두가 괴롭고 힘들지만 작은 실천에서부터 하나씩 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가 행복하고 착한 축산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은 실천에 우리 연구회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이다.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가 걸어온 10년은 길다면 길었지만, 축산업의 긴 미래 속에서 보자면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이 여정에 많은 관계자, 전문가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지면을 빌어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동시에 다시 앞으로 10년,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가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해서도 계속 많은 관심과 조언을 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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