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와 유제품의 소비자격이 높은 이유는

  • 등록 2024.07.17 11: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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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박 종 수 명예교수(충남대)
 

우리나라의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이 높은 이유로 흔히 원유가격의 생산비 연동제와 높은 유통비용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유업체는 물론 정부당국과 소비자들의 시각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생산비 연동 가격제로는 낙농가들의 경영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생산비 연동 가격제도를 지속하는 한 낙농산업의 경쟁력 개선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행의 평균생산비 연동 가격제도에서도 평균생산비 이하로 원유를 생산하는 상당수의 농가는 경영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어느 농가가 경영개선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겠는가? 생산비 연동 가격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당시 국내 젖소 1두당 평균 산유량이 8천647L였으나, 2023년에는 9천273L로 7.2%가 증가되어,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원유 1리터당 생산비도 2013년 807원에서 2020년에는 809원으로 2023년에 1천3원(이상기후, 수송비 급상승 등으로 국제사료가격 급상승)으로 각각 0.2%와 24.3%가 증가하였다. 이 같은 지표들은 농가들도 부단히 경영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원유가격을 시장수급에 맡기고 있는 나라에서도 원유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내려갈 경우 낙농가들이 지속가능한 낙농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과격한 방법으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원유생산비가 낙농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이유는 개별 낙농가의 기술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국토 면적의 협소와 높은 토지가격, 사료의 높은 해외 의존도 등 낙농여건의 원천적인 취약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유생산비의 60%정도가 사료비다. 그런데 국내 낙농은 대부분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광활한 땅에서 생산된 목초를 건조한 건초(乾草)를 수입해서 급여할 수밖에 없고, 일부 국내 남부지역의 논 2모작을 이용해서 생산된 사료작물이나 볏짚 등을 이용하거나 옥수수 사일리지를 만들어 급여하지만 절대 필요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 원유생산비는 외국의 사료작물과 목초의 작황, 수송비, 환율 등에 따라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같이 불안정한 해외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료공급의 문제는 국내 낙농이 갖는 불가분의 문제이고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고있다.
다음에는 유통비용과 관련된 문제로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형유통업체의 유통마진(이윤)이 높다는 게 문제이다. 이는 우리나라 유가공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대형 유통업체가 거래교섭력에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업의 경영 및 환경여건이 원천적으로 유리한 유럽이나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낙농선진국에서는 집유와 가공을 포함한 낙농산업을 소수의 대형 협동조합이 거래교섭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협동조합은 원유의 구입가격을 대체로 원유생산비와 우유와 유제품의 시장 수급상황을 동시에 고려하여 결정하고, 협동조합이 주도하는 우유와 유제품의 시장에서는 적정한 소비자가격의 유지가 가능하다. 유가공업 경영부문에서 얻은 이익은 다시 조합원인 농가에 환원되는 것이다. 예컨대 뉴질랜드의 협동조합 기업인  Fonterra는 정부가 낙농구조조정법(Dairy Industry Restructuring Act,2001)을 제정하여 낙농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탄생시킨 협동조합기업으로 뉴질랜드 원유의 96%를 집유·가공하여 판매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Friesland Campina협동조합은 2009년에 Friesland Coberco Foods낙협과 Campina낙협을 합병하여 네덜란드 원유의 86%, 덴마크의 Ala Foods 낙협은 덴마크 MD foods낙협과 스웨덴의 Arla낙협이 국제간의 합병을 통해 덴마크 스웨덴의 원유의 97%를 집유·가공하여 판매하는 협동조합 기업으로서 각기 자국의 낙농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들 협동조합 유가공기업들은 다국적 유가공기업으로 영업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유가공산업이 과감한 M&A를 통해 공급자 독점시장, 즉 공급자인 유업체(협동조합)가 시장을 주도함으로서 거래교섭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들어 원유를 생산하는 농가수와 젖소 사육두수, 원유생산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우유와 유제품을 가공하는 업체수는 2023년 현재 무려 30개가 넘는다. 낙농산업은 크게 위축되고 있는 데, 유가공업체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유제품의 시장경쟁력이 극도로 취약한 유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우리나라 낙농산업에서는 협동조합의 원유시장 점유율이 40% 정도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우유와 유제품의 소매시장을 유가공업체가 주도할 수 없는 유통구조다. 이러한 산업구조에서는 낮은 원유가격을 유지하더라도 그로부터 얻어진 이익이 생산농가에게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유가공기업과 유통업체의 이익증가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 우유와 유제품 시장에서 강한 시장교섭력을 갖기 위해서는 유가공업체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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