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

2024.06.26 12:37:20

[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전북대 겸임교수)

 

독수리는 강한 정신 덕분에 70세까지 살 수 있지만 40살이 되면 가장 혹독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구부러진 발톱이나 부리로는 더 이상 사냥이 불가능하고, 깃털은 무거워져 나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 독수리는 이대로 죽음을 기다릴지, 고통스러운 변화를 감내하더라도 더 살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할 지 고민해야만 한다. 만약 더 살기를 작정했다면 고통스러운 변화를 위해서 독수리는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내리쳐 부순다. 낡은 부리가 떨어져 나가면 새로운 부리가 자라고, 이 부리로 자신의 발톱과 깃털을 뽑아내어 새롭게 자라나게 한다. 이 환골탈태의 과정은 약 150여일이 걸리는데 이 시기를 견디는 독수리는 추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와 비슷한 것을 알을 낳는 산란계 농장에서는 환우(換羽)라는 과정을 통하여 이미 체험했을 것이다. 노쇠하여 산란성적이 떨어지는 닭을 일정기간 의도적으로 굶기면서 강한 스트레스를 주면 기존의 털이 빠지고, 신체조직의 재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 다시 원기왕성한 닭이 되어 침체했던 산란성적을 끌어올리면서 수명을 연장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상당수의 닭이 사망하는 손실은 감수해야만 한다.
이렇듯 하등동물들조차 선택의 기로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듯 우리네도 현실적인 상황에서 작건 크건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다. 작게는 가게에서 어떤 물건을 구입할 것인지, 식당에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학교나 학과는 어느 것을 선택하여 지원해야 할지, 인생의 반려자는 어디에서 누구로 결정할 것인지 등등. 눈만 뜨면 선택해야 할 일들이 항상 도래한다. 그 때 머뭇거리면 그 기회는 이미 지나가 버리기에… 
마찬가지로 작금의 농장주들도 기존의 사육방식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역시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기존제품을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동물복지 산품(産品)을 선택할 것인지 등등 시시각각 선택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상황에 우리는 직면하며 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시대적인 환경이 절대적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유행일수도 있고, 사회적인 발전의 한 단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합류하지 않으면 왠지 외톨이가 된 듯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복지산업이 정착되려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주저없이 동의하고 선택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최근 언론에 발표되는 자료를 보면 소비자들도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대되어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고, 생산자 역시 시장이 요구하는데 못 따라갈 이유가 없다. 다만 소비자가 동물복지 산품을 구매하기 위해 주머니를 더 벌려야 하는 것처럼, 생산자 역시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육면적이나 설비를 갖추려면 상당한 노력이나 자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에는 정부나 금융기관의 합리적인 지원이 수반되어야 하겠고, 생산자들은 과거의 양적인 팽창주의에서 벗어나 질적인 향상이 근간이 되는 사고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렇듯 합리적인 선택은 향후 모두 아름다운 사회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며,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복지의 혜택이 향유되는 미래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준비된 자에게 미래의 선물이 주어지듯이 생산자들은 이제라도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합당한 방안을 수립하여 동물복지산업군에서 낙오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이제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동물복지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생산자와 정부는 물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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