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축산, 국민속으로(29) / 미래의 축산(1)_ 3세대 미래 농업, 한국형 모델로 새로운 경쟁력 창출하기

  • 등록 2024.06.26 12: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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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한국, IT강국 이점 살려 스마트 자동화 농업 패권 주도
우리 농축산업 실정 맞춘 모델 구축…인력 양성 힘써야

 

 

3세대 농업의 등장, 그 중심에 있는 네덜란드
전문가들은 스마트 농축산 기술을 총 3단계로 나누어, 지금이 3세대 농축산업으로 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한다. 모든 단계가 기본적으로 정보기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1세대 농축산업 생산 환경을 원격 제어하는 기본 특징을 중심으로, 2세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1세대보다 더 정밀하게 관리가 가능해진 시설을 뜻한다. 마지막 3세대는 앞선 단계들과 비교해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발달한 특징이 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을 선두에서 이끄는 많은 전문가들의 활동은 최근 유럽의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개최된 여러 대회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와게닝겐 대학에서 주최하는 ‘세계 농업 인공지능 대회(Autonomous Greenhouses International Challenge)’에는 유수의 젊은 연구자들 뿐 아니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중국의 텐센트와 같은 첨단 IT 기업들도 참여해 미래 애그테크 산업의 추이를 예상할 수 있게 했다. 
네덜란드로 농업의 중심이 움직이는 흐름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과거 오랫동안 세계 농업의 중심지는 대규모 경작지를 운용하는 영국과 미국이었다. 18세기 중엽 한 농지에 여러 작물을 돌려 재배하는 윤작 방식이 개발되던 1세대, 20세기 중엽 질소 비료가 개발된 2세대 농업이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대된 전환점으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는 대규모 경작지와 자원을 중심으로 한 농업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농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의 농업은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IT 기술이 농축산업에 융합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3세대 농업으로 가는 과도기인 것이다. 

 

유럽보다 한국형 모델, 우리만의 경쟁력 만들어야
네덜란드가 미래 농업의 중심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데에는 이렇게 작은 규모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는 추세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동시에 우리 아시아 그리고 한국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준다. 소규모 노동 집약 농축산업은 한국 농업의 특징이자 한계였지만, 이제 이런 성격이 한국 농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자양분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기술력 또한 아시아 중심 국가 팀들이 좋은 성적으로 수상을 거듭하며 그 실력을 입증했다. 우리 한국팀은 지난 2022년 제3차 농업 인공지능 대회에서 4, 5위를 차지했고, 그 외 여러 농업 인공지능 대회에서 베트남, 일본, 중국 또한 우수한 성적으로 수상을 거듭하고 있다. 
스마트 자동화의 3세대 농업으로 넘어가는 최근의 다양한 변화들은 아시아 그리고 한국이 농축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국에게 3세대 농업은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인 동시에, 점차 토지가 줄어들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현실을 고려해서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통해 선점할 필요가 있는 분야인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유럽, 미국과는 다른 아시아형 모델이 필요하다. 특히 소농들이 많은 국내 사정을 생각하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소농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많은 기술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 소농들에게 적합한 우리만의 데이터를 구축해 알고리즘을 구축할 수 있다면 이는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중심의 새로운 농축산업 인공지능 수출 모델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인재 개발 시급한 농축산업 분야
사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술보다 인력이다. 단순히 기술을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아닌,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스마트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 진단, 알고리즘을 짜고, 센서, 환경제어기, 로봇 등을 개발, 원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까지 각 단계마다 필요한 능력이 있다. 
그러나 현재 농축산업 관련 기관에는 이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없고 핵심 인력풀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각 기술의 전문가가 있다고 해도 이런 기술을 농축산업 현장에 맞게끔 응용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도 필요하다. 가령 우리 분야에서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확률적으로 계산하고, 이를 사전에 현장에서 검증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simulator: 시뮬레이션한 것을 컴퓨터 언어로 적은 일련의 프로그램)’라는 전문성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축산 분야를 중심으로 더 많은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도 있다. 지금 대부분의 스마트 기술 개발이 작물 재배, 육종 분야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축산 분야의 스마트 기술은 장치산업이 연계돼 부대시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어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 축산업이 맞닥뜨린 농촌 소멸 문제들을 해결하고, 친환경, 동물복지 등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우리 또한 3세대 농업이라는 새로운 추세에 뒤쳐져서는 안 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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