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저지방 우유 소비자 가격 ‘도마 위’

  • 등록 2024.06.19 09: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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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일반 우유보다 저럼한데…왜 우리만?”

[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소비자 조사 결과 국내 저지방우유 일반대비 ㎖당 4.83원 더 비싸
미국·일본 일반대비 최소 10% 이상 저렴…공정 같지만 가격차 커
국내 유업계 “추가공정 탓”…소비자단체 “웰빙 마케팅 가격 부추겨”
유통구조 개선 통한 가격 경쟁력 제고…소비시장 선택권 높여야

 

▲국내외 저지방 우유 가격 현황
보통 일반 우유의 지방 함량은 4% 정도다. 저지방 우유는 지방 함량을 2% 이내로 낮춘 제품을 의미한다. 저지방 우유는 원심 분리기에 넣어 지방이 없는 탈지유와 유크림으로 분리한 다음, 비율에 맞춰 다시 탈지유와 유크림을 섞어주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하지만 같은 공정을 거친 저지방 우유라 해도 국산과 해외 제품간 가격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이마트, 하나로마트, 홈플러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내 유명 인기 저지방 우유 브랜드인 서울우유협동조합(4제품), 남양유업(4제품), 매일유업(6제품), 빙그레(1제품)을 선정해 조사한 결과 서울우유는 ml당 3.28~7원, 남양유업은 3.1~4.1원, 매일유업은 3~6원, 빙그레는 3.1원의 가격대를 보이며 평균 4.83원을 보였다. 일반 대형마트서 일반 흰우유가 ml당 2.96~2.97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별 저지방 우유 평균 가격을 비교해보더라도, 미국은 ml당 3.65원, 일본은 3.85원으로 한국보다 낮고, 자국의 일반 우유에 비해서도 최소 10% 가량 저렴하다.
또, 미국의 경우 고칼슘과 락토프리 포함 저지방 우유가 3.5원 대인 반면 한국에서는 ml당 단가로 4~6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격 차이 발생 요인은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저지방 우유가 비싼 이유는 마케팅적 요소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저지방은 ‘건강식품’, ‘웰빙’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생산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자극시켰다는 것.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더 비싼 저지방 우유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양에선 우유로부터 지방을 추출해 버터를 제조하고 남은 액체를 버터밀크라 해 돈 없는 서민들이 마시는 음료로 여겨져 유지방을 뺀 저지방 우유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가격도 일반우유에서 덜어낸 지방의 값만큼 뺀 가격에 저렴하게 판매되며,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고급형 저지방 우유도 있지만, 최저가 우유는 대개 저지방 우유다.
국내 제조사 측에서는 저지방 우유가 더 비싼 이유를 원심분리기를 돌리는 추가 작업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반우유를 만들 때도 균질화 과정에서 원심분리기는 동일하게 운영되고 저지방이냐 일반우유냐에 따라 지방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기에 특별한 공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히려 저지방 우유를 만들고 남은 유크림으로 버터, 치즈, 생크림을 제조해 추가 수입마저 올리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주장이다. 반면, 국내서 버터나 치즈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파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존재해 국내 제조사의 가격 책정방식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복잡한 유통구조·비싼 저지방 우유가격 지적
우리나라 우유유통 구조는 낙농업자, 유통업체, 유통채널 순으로 국내 우유 가격은 원유 기본가격·인센티브 제조업체 제조·운송비용·이윤 유통 마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엔 환율과 고물가로 인해 우유가격 역시 고공 행진을 하면서 1리터 기준 우유 가격이 소매 기준 3천원을 넘겼다.
이중 우리나라의 유통마진은 34%로 일본의 경우 대규모업체와 중소업체의 유통마진이 각각 17.7%, 11.4%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집유일원화의 일환으로 2007년 지정원유생산자단체로 원유 집송업무를 일원화해 그 비용을 줄였다. 국내 우유 유통경로는 낙농가에서부터 소비자까지 최대 7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일본의 경우 이러한 집송업무 일원화에 따라 낙농가에서 집유업체까지 그 유통단계가 3단계, 유통·판매를 거치더라도 최대 5~6단계 정도로 국내의 경우보다 유통단계가 짧다. 우리나라도 현행의 유통채널을 일본과 같이 더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일본은 원유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유통마진이 적어 결국 우리나라 우유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우유도 다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유통채널의 경직된 측면도 크다며 새로운 유통 채널의 다각화(편의점별, 마트별 자체 저지방 우유(PB상품), 저지방 멸균 우유 라인업 확대 등)가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업체들이 저지방이라는 마케팅 기법을 통해 비싼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나라처럼 일반 우유 대비 최소 1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저지방 우유를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우유 제조사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좋은 우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지금 그 노력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다. 생산혁신과 유통구조 개선 같이 자체 노력 없이 손쉬운 가격 인상만을 선택해 온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가격인상은 결국 소비축소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며 “고물가 시대, 가격 인하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통한 저지방 우유를 구매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 우유 산업의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 더 저렴하고 질 좋은 우유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의 우선이었던 그 초심을 상기해 저지방 우유 가격인하에 나서줄 것을 우유 제조사들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민병진 alstlt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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