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박종수 명예교수(충남대학교)
2022년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56.7㎏이며, 우유․유제품의 소비량은 85.7㎏이다. 명실 공히 우유와 유제품이 우리 국민의 제 1식량인 셈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추이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우유․유제품의 소비량은 매년 증가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의 식단에 우유․유제품의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의 자급률은 매년 줄어들어 2000년 80.4%에서 2022년 44.8%로 감소되었다. 2000년에 1만3천호에 달했던 낙농가 수는 2022년에 불과 5천900호로, 같은 해 54만4천 여두에 달했던 젖소 사육두수는 39만 여두로 줄어들었으며, 국내 원유의 생산량도 2000년 225만3천톤에서 2022년 197만6천톤으로 감소추이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전국의 낙농가 700호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도 낙농육우협회의 ‘낙농경영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낙농경영주의 53.5%가 60세 이상인 반면에 20~30대 경영주는 10.0%에 불과하다. 경영체를 승계할 후계자도 없고 육성시킬 계획도 없다는 경영주가 37.6%나 되고 있다. 목장경영주의 노령화 현상은 서울·경기지역의 경우 더욱 심하다. 2023년 서울우유의 전체 조합원 1천4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목장종합실태조’에서는 전체 조합원 중 60세 이상 경영주는 59.6%인 반면에 20~30대 조합원은 6.1%에 불과하다. 전체 조합원의 32.5%는 경영을 승계시킬 상속후계자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이밖에도 높은 원유의 생산쿼터 가격, 축산업에 대한 환경규제의 강화 등에 따른 추가적인 투자는 생산비 증가로 연계되어 낙농업의 신규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한편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소비자의 식품기호도 변화, 다양한 대체음료의 등장 등으로 인해 국내 원유로만 생산되는 백색시유의 소비량마저 30㎏대 초반에서 정체 내지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유제품 수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부터는 차례로 무관세 수입이 예고되어 있다. 특단의 정책대안이 전제되지 않는 한, 국내 우유․유제품시장의 위축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과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국내 낙농산업의 유지·발전이 필연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유의 생산자인 낙농가와 원유의 수요자인 유가공업계, 그리고 우유․유제품의 유통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정부의 이해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이다.
정부는 제 1식량의 공급원인 낙농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개방정책에 희생되고 있는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특히 가공원료유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을 대폭 확대해서 국내산 원유가 최근 소비가 급속히 늘고 있는 국내산 신선 치즈생산 등에 투입되어 실제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가공원료유 차등가격제로 지원되는 금액으로는 가공원료유제도가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가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현재 생산되는 원유의 25~35%가 신선한 연질치즈를 포함한 신선유제품 생산에 이용되어 가격경쟁력을 갖도록 지원을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 더불어 머지않아 생산기반이 위축되어 생산의 쿼터관리가 불필요하게 될 것으로 예견되나, 적어도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낙농가가 큰 부담 없이 입성할 수 있는 정책적인 쿼터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가공업계는 이미 어려서부터 우유를 접해온 50대 중반 이전의 성인들의 구미에 맞는 우유와 특히 국산원유를 원료로 하여 제조되는 다양하고 신선한 연질 치즈의 생산․공급을 확대해야한다. 더욱이 1970년 대 중반이후 출생하여 이미 어려서부터 국내산 우유와 유제품을 섭취해온 인구계층은 우리나라 우유시장의 중요한 자원이다. 2003년도 우리국민의 32.3%를 차지하고 있는 40대~50대 소비자들이 바로 이들 계층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우유와 유제품을 생산·공급해야한다.
2023년도에는 대형 유통업체의 PB(자체 브랜드)제품의 시장점유율이 20%를 상회하여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우유·유제품의 생산·유통과정에서 유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EU 유업계에서 급속히 일어난 구조조정은 대형유통업체의 급속한 PB상품 출현에서 부터 그 출발점이 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유업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어느 경우라도 안정적인 낙농생산기반은 유지되어야 하고 국민과 함께 낙농가 스스로가 낙농산업을 지켜나가야 한다. 원유의 생산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남음이 없다.
참고자료
•자료: 낙농진흥회, 2023 낙농통계 연감. 2023.
•낙농정책연구소, 2022 낙농경영 실태조사. 2022
•서울우유협동조합, 2023 목장종합실태조사, 2023.
•통계청, 2023 대한민국 연령별 인구 분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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