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송대섭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그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코로나19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3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7억명 이상의 감염자와 7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러 전문가들 논의를 통해 인류에 큰 위협을 줄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을 선정해 2년 주기로 우선순위 감염병 목록을 발표해왔다.
그런데 2018년에 발표한 대비가 긴급하게 필요한 감염병 목록에 처음으로 질병X(Disease X)가 등장하였다.
‘Disease X‘는 현재는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신종 감염병 혹은 재출현의 위험성이 있는 감염병으로 발생 시 범세계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을 의미한다.
필자가 학부 시절 수의과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들께서 강의 중 다음과 같이 말씀해주셨던 내용이 생각난다.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는 전파력과 병원성이 엄청난 바이러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간단히 다루고 넘어갑니다”, “럼피스킨도 해외악성 질병인데 이것도 주로 아프리카지역에서 발생하는 풍토병이니…”.
당시 국내에서 주로 발병하는 전염병 내용의 진도도 감당하기가 벅차서 국내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풍토병들은 간단히 공부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018년부터 중국에 창궐하더니 국내에 2019년 발생해서 지금까지도 산발적으로 발생중이고, 럼프스킨도 2023년 국내에 발생해서 큰 혼란을 야기하였다.
이렇듯 인체의 감염병에서 질병X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과 같이 산업동물분야에서도 예기치 못한 재출현 전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서 대규모의 살처분 등을 통한 엄청난 경제적 피해와 충분한 육류공급의 차질 등으로 국민에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높은 치사율과 전파력을 갖춘 신종바이러스나 재출현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마다 정부차원의 긴급대응이 시작되고 부랴부랴 신속한 백신개발, 고민감도의 현장진단법 개발 등의 수요가 제시된다.
그러나 지난 코로나19의 팬더믹때의 mRNA 백신의 신속한 개발 및 빠른 백신접종으로 획기적으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던 사례에서 산업동물분야의 전염병 대응에서도 착안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10~15년인데 비해 mRNA 백신의 개발과 승인, 실제 접종까지의 시간이 이례적으로 신속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 기술을 아주 최근에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급하게 개발된 기술로 여기고 있다.
사실 mRNA 백신의 기술은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하게 연구되었던 기반기술(플랫폼기술)로 사전대응연구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꾸준하게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더믹과 같은 엄청난 재난의 상황에서 신속하게 활용되어 전 세계의 국민들의 사망률과 입원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했던 것이다.
필자가 확신을 가지고 예언할 수 있는 것은 산업동물분야에도 럼피스킨, 아프리카돼지열병 등과 같은 질병X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특정 질병만을 대상으로 백신이나 진단법을 개발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되는 질병을 카트리지처럼 교체가능한 고민감도, 고특이도의 현장적용이 가능한 플랫폼 진단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2015년도 국내에서 예기치않게 대규모로 감염자가 확인된 메르스바이러스 창궐을 계기로 정비된 바이러스 신속진단대응 기술이 코로나19 팬더믹 초기에 K-진단으로 불릴 정도로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은 사례도 전염병 대응에 있어서 사전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럼피스킨이 폭발적으로 발생했지만, 정부에서 미리 대비하여 비축해놓은 백신을 긴급하게 전 두수 접종해서 빠르게 안정화했던 사례를 보더라도 사전 대비가 필수적이다.
2023년 여름,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에 확진된 고양이가 다수 폐사해 종의장벽을 뛰어넘는 인플루엔자의 위협도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럼피스킨 등의 국가재난형전염병, 신종감염병의 공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시기다.
양돈, 축우, 양계산업 등의 산업동물분야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신종전염병대응을 위해서 사전대응기술의 확보를 위한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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