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 특집> 2024년 유가공산업 전망

  • 등록 2024.01.11 09: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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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단계 간소화로 소비 접근성 개선…치즈서 활로 창출을

배인휴 국립순천대 명예교수, 에코드림치즈연구소장

 

유가공 산업이 2023년을 지나온 발자취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왔지만, 유가공 산업 앞에는 여전히 산적한 문제들로 어수선하다. 2023년 1월부터 새롭게 시작된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은 서울우유협동조합, 빙그레, 비락, 푸르밀 같은 대규모 업체들의 외면으로 과도기적 상황이고 백색 시유의 학교, 군 급식 물량감소는 1981년부터 시유 소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역할이 흔들리면서 시유 소비 전반에도 충격파를 주고 있다.


음용유 시장 축소 대응 새로운 홍보 마케팅 전략·제품 혁신 요구
A2 우유 보급, ‘안부 묻는 우유배달’ 등 시유 소비 순기능 기대
국산 치즈산업 육성, 비수기 원유 소진·식량안보 강화 ‘일석이조’

 

2023년 10월 1일 자로 단행된 원유가격 인상, 그 와중에 정부는 물가 통제를 하겠다며 ‘유제품 사무관'을 두고 유제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여 경영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또,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 이슈들로 인한 국제 유제품 소재 시장의 가격상승과 해상 운송 지연 문제로 원료공급의 차질 등 유업계에 경영압박은 임계치에 달했다. 지난 2023년, 유가공업계에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들이 감지되었다. 첫째, 음용유 시장의 축소로, 학령인구, 학교 및 군 급식 물량 감소 그리고 노령인구의 증가 탓이다. 둘째, 유가공산업의 종합식품 산업체로의 변신이다. 분유시장 축소 상쇄를 위한 단백질 제품 출시와 새 시장 만들기, 각종 대체음료 출시를 통한 시유시장 감축분 만회 노력, 수입 유제품 섹터 신설 등이다. 이는 유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변신과 전환 없이는 존립 불가의 경영 상황에 직면했음을 방증한다. 셋째,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에 따른 대응 준비 기간이다. 유업체들에게는 용도별차등가격제 자체가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은 시유 외에는 그 원유 사용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고 제시된 차등 가격이 신제품 개발을 시도를 할 정도의 수준도 아니었다. 정부와 유업체 간의 면밀한 검토와 현장 적용 가능 범위를 가늠하여 정했어야 하지만 시작이 절반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일단 개선과 진보를 담보하는 새로운 출발로 받아들이고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거나 소비자에게 크게 매력 있는 신제품, 명품 유제품 출시가 없이 밋밋하게 지나간 한 해였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매년 100여개의 신상품이 출시되고 그중 몇 가지는 소비자 선택을 받으면 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사라지면서 그중 몇 가지가 히트해서 탄탄한 유제품 시장기반을 이룬다고 한다. 유업계가 K-푸드 열풍에 실어 보낼 신통한 제품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한해였다.

 

<유가공 산업이 2024년에 챙겨야 할 과제들>
지금부터 거론하는 과제들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유가공 산업의 경영 핵심에서 놓쳤거나 주변부에 머물렀던, 유가공 산업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서의 존립에 자양분을 북돋아 주는 과제들을 제안한다. 

 

▲유통구조 혁신
지난해 12월 1일 자 축산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백색 시유 이윤 비중은 유업체 23.5%, 유통업체 35.6%, 낙농가 40%인데 유통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통단계가 상대적으로 짧은 일본은 유통업체 마진율이 16.75%인데 비하면 두 배에 달해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제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문화 시대에 진입한 만큼 유가공분야의 유통체계에도 키오스크 문화를 접목한 변신과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가령 유제품의 물류배송이나 주문처리, 영업활동에 키오스크 문화를 도입하면 정확성, 신속성, 대량 처리가 무난하게 이루어지면서 경영혁신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영업 면에서 유가공업체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은 자동판매기와 키오스크를 융합한 유제품 무인 점포 확대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에 수천, 수만 개의 신시대적 밀크 홀(milk-hall)과 판매대리점들이 새로 생기는 것이고 공급되는 유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유제품을 무시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유업체-키오스크 밀크홀-소비자’로 줄어든 유통체계에 따라 우유·유제품 소비자가격도 낮아지고 진작된 소비 활성화는 수입 제품과의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국산 원유자급률 또한 상승할 수 있다. 

 

유가공 산업, 최후의 보루…음용유 시장
1925년에 설립되어 미국 최대 유업체로 군림하던 딘 푸드(Dean Foods)가 미국의 음용유 시장 축소를 견디지 못하고 2019년에 파산한 사건이 있다. 이는 결국 음용유 시장 축소는 유업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치명적 요인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2022년 우리나라 원유 생산량 197만5천t 중 음용유 가공에 사용된 원유는 172만5천t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다시 백색시유만으로 보면 134만6천t이 사용되어 역시 전체의 68%가량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유가공 산업 생존 보루는 백색시유시장이라고 봐야 한다. 그동안 시유시장을 지키기 위해 미디어 광고, 무료시음 이벤트, 학교와 군 급식과 같은 소비 진작 활동이 있었지만, 등 돌리고 떠나는 소비자 붙들기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변화된 시대 상황과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하여 기존 홍보방식을 정비하고 소비 촉진에 효력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1993년, 미국 낙농업계는 탄산음료와 드링크류 소비 증가로 우유 소비가 몇 년간 감소국면에 놓여있을 때 캘리포니아주에서부터 시작하여 전 미국 지역에 확산한 광고 ‘Got Milk?-우유 있어?’를 터트렸다. 이 광고 덕에 미국의 우유 소비는 정상을 회복하고 제자리로 돌아가자 2014년에 중단하였다. 그러다가 최근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유 소비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자 6년 만인 2020년에 광고를 재개했다. 2024년에 유가공 산업계가 나서서 ‘Got Milk?-우유 있어?’광고와 같이 우리나라 시유시장을 흔드는 거대한 바람의 시유광고를 하나 터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홈페이지 한쪽에 보면 이 홈페이지 한쪽에 보면 이 광고 활동에 참여하는 유가공회사들의 기부상황이 나온다.)
나아가 유업계는 이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시유 소비 확대 방안을 저변에서부터, 저인망식으로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번져 나가는 경향으로 ▲A2 단백질 우유의 보급 확산 ▲‘어르신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사업 ▲카드사와 연계한 우유 바우처 제도 변신 등은 눈여겨봐야 한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적 정서와 사회변화에 기반을 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연대감을 강화해 주면서 시유 소비를 밑바닥에서부터 확산해 나가는 기반형성이 기대된다. 
A2 우유는 우유 단백질 중 베타 카제인(ß-Casein)의 구조가 모유 단백질 구조와 유사하고 소화에서 문제가 없으며 두뇌 발달과 인지능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으며 국내에도 직수입되어 점차 확산하는 중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최근 A2 우유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치고 올해에는 A2 우유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에 있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사업은 취약계층 독거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점차 다양한 후원사들과 지방자치단체들로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우유 바우처의 카드사 연계 역시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지급되는 바우처를 카드로 발급하여 일반 카드와 같이 모든 카드사 가맹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 편의 제도이다. 
이러한 작은 아이디어들을 유가공업계가 보듬어 안고 유가공 산업의 보루, 시유시장 확장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3-A-Day’ 캠페인 소환
미국에서 2003년 3월부터 시작된 3-A-Day(3-A-Day of Dairy for stronger Bones) 캠페인은 DMI(Dairy Management Inc.)가 주도하는 전미 낙농산업 합동 유제품 소비 홍보프로그램이다. 이는 칼슘의 주공급원이 유제품이란 점을 강조함으로써 유제품의 소비 확대를 실현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3-A-Day’는 하루에 3회 유제품(시유, 요구르트, 치즈)을 먹자는 운동인데 지금은 전 유럽에 번진 운동으로 일본까지는 상륙하였으나 우리는 시작도 해 본 적이 없다. 당시 한국은 치즈 인식도가 낮다는 이유로 낙농업계가 배척한 탓이다. 이제 우리도 ‘3-A-Day’같이 효력 있는 우유, 유제품 홍보아이디어와 전략을 구사해 보자. 일본의 ‘3-A-Day’운동은 우리의 유가공협회 격인 일본 ‘일반사단법인 일본유업협회’(정회원 66개 업체, 100개의 후원업체 활동)가 진행해 왔다. 이제는 연간 국민 1인당 치즈 소비량이 2.68kg인 일본을 앞지른 3.77kg에 이른 상황(2022년 기준)에서 우리 국민의 치즈 인식은 충분히 확산했다고 보고 ‘3-A-Day’와 같은 광범위하고 효력 있는 캠페인을 적극 시행해도 될 시점에 이른 것이다. 2024년, 가치정보제공 홍보와 부족한 영양소 공급에 초점을 맞춘 정밀타격의 우유, 유제품 홍보 캠페인이 필요한 때다.

 

▲무관세 유제품 수입 대응, 국산 치즈가 답
우리나라 유제품 소비는 음용유와 치즈에 집중되어 있지만 음용유 시장은 감소국면에 놓였고 치즈 시장은 수입품에 거의 내어 주었다(자급률 2.0% 이하). 치즈 시장을 되찾아 오는 것이 낙농업계 모두가 사는 길이요 정답이다. 전문가들은 비수기에 남는 원유를 분유로 저장하지 말고 치즈를 제조, 저장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는 것을 누차 강조해 왔다. 치즈는 저장성이 길어 국가 식량 보유 대상 품목(쌀은 3년, 치즈는 100년)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정부치즈’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정부는 1970년~1990년대 중반까지 전국 35개 주, 153개소에 지하 치즈 저장고(government cheese caves)를 조성하여 남는 원유를 치즈로 제조, 정부 상품 구매 전담 회사(CCC)를 통해 수매하고 보관한 적이 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는 5파운드(2.3kg) 블록 치즈를 저소득층, 푸드뱅크, 사회보장 노인에게 무상 보급, 활용하기도 했다. 또, 2016년에도 5천t(2천만 달러)을 정부치즈로 수매하여 가격조절용과 국가 비상식량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의 ‘정부치즈’ 프로젝트 벤치마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구 철도와 고속도로, 국도에는 폐터널이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데 이를 증·개축하여 치즈 저장 창고로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직은 국산 치즈의 우수성이나 가치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값싼 치즈를 찾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와 유업계의 대답은 무엇일까? 기왕에 2023년 첫발을 내디딘 용도별차등가격제를 진일보시켜 국산 치즈용 원유가를 국제 분유 입찰가 (400~500원/kg) 수준까지 낮추어 공급하여 국산 치즈 산업도 일으키고 수입 치즈와의 가격경쟁력을 갖춰 국산 치즈 자급률을 증대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우선 가용한 치즈 생산 설비를 갖춘 유업체, 목장형유가공장에 한국형 치즈(예, 가칭 ‘고려 치즈 COREA Cheese’)를 제조하게 한 뒤 정부가 공동숙성대행소 숙성을 거쳐 수매하는 한국판 ‘정부치즈’제도를 도입, 폐터널 지하 저장고에 보관하면서, 값싼 국민 치즈로 보급하거나 비상 구호식량, 푸드뱅크에 활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이다. 이는 비수기 때 남는 원유소진도 되고 국민 식량 창고를 든든히 갖추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치즈 산업 정책이 낙농 정책’이라는 말은 2011년 일본 농림부 축산국이 언론에 대놓고 한 말이다. 우리 유업계가 2026년 이후 무관세 유제품 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할 수는 없다. 2024년부터라도 값싼 한국형 치즈, 국민 치즈가 정답이라는 데에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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