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매머드급 사업 규모를 가진 서울축협이 지역축협에서 품목축협(한우조합)으로 전환하겠다고 나서면서 전국의 지역축협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축협 인근 지역의 축협 조합장들은 격노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서 갈등이 극에 달할 조짐마저 보인다.
전국축산발전협의회(회장 이덕우·남양주축협장)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신관 회의실에서 1월 4일 오전 긴급회의를 하는 일정까지 잡았다.
서울축협은 이사회에서 조직 변경안 심의에 이어 서울한우협동조합 창립 발기인대회, 창립총회 등 품목축협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축협은 서울한우협동조합의 관할구역으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일부(원주·춘천·철원·횡성·홍천)와 충북, 충남, 세종지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에 경인지역의 축협 조합장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 19일 수원축협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가진 경인축협조합장협의회는 결의문 채택을 통해 서울축협의 품목조합 전환 시도를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경인지역 축협 조합장들은 강원, 충북, 충남, 세종 등 50여개 축협과 연대해 생존을 위해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반발은 서울축협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조합원 빼가기 논란 등으로 여러 차례 감정의 골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서울축협이 품목조합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자체가 조합원 빼앗기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 인근지역 축협 조합장들의 시각이다. 사실 조합원 빼가기는 그동안 전국 곳곳에서 배합사료공장을 운영하며 사업 규모는 크지만 도시화 등으로 인해 축산기반이 약화된 매머드급 축협이 있는 지역에선 심심치 않게 벌어졌던 논란이다. 때문에 지역축협 조합장들은 서울축협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나아가 대규모 지역축협이 품목축협으로 전환해 조합원을 흡수해버릴 경우 일부에서 지역농협이 흡수당하는 지역축협이 생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문제는 서울축협의 조직 전환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농협법은 제10조에서 다른 협동조합 등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제78조에는 정관을 작성해 총회 의결을 거쳐 농식품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조직변경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신용사업을 하고 있는 조합이 품목조합으로 조직변경을 한 경우에도 조직변경 당시에 하고 있는 신용사업의 범위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반면 조합원은 둘 이상의 지역축협에 가입할 수 없다(제105조)고 명시하고 있지만 품목조합의 조합원은 같은 품목이나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품목조합에 중복 가입이 안될 뿐(제110조) 지역축협 가입 제한 조항은 없다.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도 서울축협의 품목축협 전환 시도에 대해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특히 같은 회원조합 간의 갈등 문제이며, 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선축협 조합장들이 10여년 이상 농협법상 설립인가 기준의 조합원 하한선을 현실화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축협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축협 간의 갈등만 빚어내고 있다는 여론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