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형주 조합장(경남 사천축협)
하나의 국가가 선진국이냐, 아니냐로 가늠 짓는 잣대는 그 사회가 얼마나 투명한가, 아닌가로 판단할 수 있으며, 투명한 사회는 신뢰할 수 있는 사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투명성을 확립해 신뢰를 구축한 수많은 분야가 있겠지만 한우산업으로 그 범위를 좁혀 보자면 한우산업은 2008년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통해 한우로의 둔갑판매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으며, 가깝게는 전국으로 확산된 친자확인사업을 통해 송아지의 미래가치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한우인 스스로가 마련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나 친자확인사업의 요지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신뢰를 공고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한우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투명하고 신뢰 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더욱 확산돼야 할 것이다.
전국 대다수의 축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우경매시장은 번식농가와 비육농가 사이에서 송아지 물류소통을 책임지고 있는 인체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가지 꼬집자면, 일부의 경우지만 표기된 개월령의 송아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체구의 송아지가 출장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이 그동안 축주가 쌓아 올린 개량의 성과물이라면 대환영할 일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판매자의 불투명한 판매 방식이라면 그 피해는 이웃 농가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참으로 간과할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다.
송아지는 통상 283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태어난다. 수정 일시와 송아지 출생신고를 역추산하면 임신기간이 310일을 훌쩍 넘은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문제는 제때 출생신고하지 않고 미룬, 표기된 개월령을 신뢰할 수 없는 송아지가 경매에 나온다면 정직하고 투명하게 관리한 번식농가의 송아지는 상대적으로 그 체구가 작아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되고, 이러한 송아지를 구매한 구매자는 적정 개월령에 의한 사양관리를 놓치게 돼 원하는 소를 만들어 내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자 의도적으로 출생이력을 늦게 신고한 생산자로 인한 그 피해는 동시대에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타 번식농가와 이를 구입한 비육농가에게 돌아가,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력제의 정확도를 떨어뜨려 통계를 기반으로 한 정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서 말했듯 한우산업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했고 앞으로 더욱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 역시 송아지 출생 시 5일 이내에 신고를 하게 돼 있고 거짓 신고 및 신고를 늦춘 농가에는 금전적 제재를 가하게 돼 있어 송아지 출생신고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비단 벌금이 문제가 아닌 한우산업이 더욱 투명해지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농가 모두의 자발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의 혼탁함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투명한 한우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축산인의 의식이 먼저 깨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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