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형유가공 활성화의 길, 임실군에서 봤다

  • 등록 2023.08.30 17: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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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인구 구조와 식습관의 변화에 따라 단순히 간식의 개념을 넘어 우리 식탁에 주요 식재료로 자리잡은 치즈. 이를 증명하듯 연간 1인당 치즈 소비량은 2022년 기준 3.7kg로 10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치즈 1kg을 만드는데 10kg의 원유가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 한 명이 1년 동안 치즈로 소비하는 원유량(37kg)이 연간 1인당 우유 소비량(31.8kg)을 훌쩍 뛰어넘는다.
제동장치 없이 하락하는 우유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산 치즈 생산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국산 원유는 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뒤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결국 국내 유업체서 가공됐다 할지라도 상당수 제품의 원료 원산지는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등 소위 낙농 강대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산 치즈의 명맥은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 바로 목장형유가공을 통해서다.
전국에 분포한 130여개 목장형유가공장에선 대규모 공장 생산이 아닌 낙농가들이 목장에서 직접 짠 원유로 만든 치즈로 작지만 탄탄한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국내산 치즈 소비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전략 방안 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목장형 자연 치즈 구매자 중 78.9%가 목장형 치즈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재구매 의사에서도 ‘계속 구입할 계획’이라는데 69.9%가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와 판매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원료에 대한 신뢰성이 높고, 갓 만든 치즈라는 측면에서 신선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목장형유가공은 도입 초기부터 국산 치즈 소비 확대의 돌파구로 기대를 받아왔지만, 수많은 제약 요인 탓에 하나의 특수시장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목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치즈의 양이 한정돼 있는데다, 특히,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유통망 확보도 큰 관문이다. 게다가 목장에서 생산하는 치즈의 품질을 고르게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북 임실군의 사례는 목장형유가공 활성화를 위해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임실군은 임실치즈를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체험형 관광지인 임실치즈테마파크, 치즈제조기술 정립 및 농가교육, 치즈를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을 담당하는 임실치즈N식품연구소 등 치즈산업의 집적화를 통해 6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임실N치즈클러스터 사업단에서 임실 내 유가공장 14곳의 유가공품에 대한 위생검사, 유통, 홍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가는 안정적으로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전성과 품질이 보증된 치즈를 빠르게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임실 50여 낙농가의 유가공품 생산량은 2022년 3천65톤으로 2017년 대비 28%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며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물론, 이는 고 지정환 신부에 의해 첫 국산 치즈를 생산한 지역이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생산, 체험, 가공이 시너지를 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 낙농가의 1%에 불과한 농가들이 모여있는 작은 고장에서 가격경쟁력에서 뒤떨어진다고 하는 국산 치즈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저력에는 임실N치즈클러스터 사업단이 든든한 가교 역할을 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모든 지역이 임실군과 같은 순 없다. 다만, 농가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행정력을 동원했을 때 목장형유가공이 국산 치즈의 경쟁력 제고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민병진 alstlt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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