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 없는 찐빵

  • 등록 2023.08.09 11: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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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우리나라도 이제 어엿한 선진국가에 들어섰다. 엊그제만 해도 후진국대열에서 명함도 크게 내밀지 못하던 국가가 한 세기(世紀)도 지나기 전에 선진국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이다. 그 만큼 우리 민족의 저력은 대단하고 또한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을 만하다. 
이에 더하여 이제는 백세시대(百歲時代)에 들어섰다고들 한다. 그 예로 옛날 같으면 60세 환갑잔치를 떠들썩하게 하고 주인공은 물론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 축하해주는 마당이었는데, 이제 환갑은 그저 일상적으로 지나가는 생일에 불과하고 적어도 80세 정도는 되어야 과거의 환갑 때처럼 잔치를 벌이는 상황으로 변화되었다. 즉, 우리사회에 잔치나 복지라는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는 복지라는 단어가 꽤 보편화되어 있다. 근로자복지, 노인복지, 인류복지, 동물복지 등. 
복지사회는 그렇지 못한 이전 단계에 비하여 편리하고, 위생적이며, 피로도가 적은 쾌적함이 수반된다. 이러한 기초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복지는 실현되는 것이며, 그러한 요소들이 모아져 과거에 비하여 인간의 수명이 더욱더 길어지고, 싱그러운 인생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렇듯 복지사회를 실현하려면 환경을 변화시키고, 노동력을 대체시켜야 하는 등의 시설이나 장비에 대하여 일정한 비용이 추가로 부담되어야 하는데 동물복지도 예외가 아니다.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동물들의 생활면적이 넓어져야 하고, 그에 걸 맞는 시설이나 장비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그만큼의 추가비용부담은 필연적이며, 또 그것은 곧 생산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최종 소비자단가도 달라진다.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동물복지 축산품이 그렇지 않은 일반제품에 비하여 값이 높은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대중적으로 동물복지를 부르짖는 사람도 정작 물건을 구매할 때는 값이 높은 동물복지 축산품에 손이 쉽게 가질 않는다. 동물복지를 구호로 외칠 때와 실제 생활에서 부닥치는 현실은 괴리감이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 과거의 열악했던 축산환경을 보도하면 “정말 그래서는 아니된다”고 강력하게 부르짖고, 또한 그러한 중심에 있는 축산인은 마치 양심도, 기본적인 소양도 없는 미개한 사람으로 취급하던 강력한 눈 빛을 주던 사람들이 정녕 실생활에 들어서면 그렇지 않은 이중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왜일까? 이러한 상황이 길어지면 그만큼 동물복지의 정착은 어려워지는데…
동물복지는 인간복지의 길목에 놓여있다. 진정 인간복지의 당위성이 느껴진다면 훨씬 손쉬운 동물복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실천하고 또한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문화를 만들었을 때 동물복지는 정착될 수 있다. 단순히 구호만 외치는 것만으로는 동물복지는 요원(遙遠)해지며, 그것을 곧 ‘앙꼬 없는 찐빵’에 비유하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앙꼬’라는 말은 일본어(anko)로서 ‘떡이나 빵 안에 든 팥’을 이야기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일본어이기에 사용을 자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용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면서, 또한 그만큼 동물복지가 앙꼬가 없어 맛없는 빵이 될까 봐 우려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맛이 없으면 결국 ‘앙꼬 없는 찐빵’을 기피하게 되듯 동물복지도 기피하게 되는 형상이 초래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제품이나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급 또는 제안자는 물론 소비 또는 사용자가 즐겨 애용할 때 보편화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생산자가 아무리 잘 만들어 놓아도 애용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미 제품화는 어려운 것이고 결국 사장되고 만다. 하지만 사용자 즉, 수요가 많으면 생산은 자연스럽게 뒤따라가며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정착되기 마련이다. 동물복지는 구호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는 사육하는 동물에게 본연의 끼를 충분히 발휘하며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소비자는 이렇듯 추가적인 투자와 생산을 위한 비용부담을 동참하여 줄 때 진정한 동물복지는 정착될 수 있다. 
선진국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다른 것도 아닌 먹거리에서 비위생적이거나 비인간적인 환경으로 축산업이 영위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한 환경이 정착되었을 때 그 혜택은 어느 일방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고루 분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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