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격 오르면 소매가 상응한 상승
시세 하락 국면 엇박자…소비 걸림돌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거나 공급이 증가할 경우 하락해야 할 가격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하락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경제학 용어로 ‘하방경직성’이라 한다. 즉, 한번 가격이 결정되고 나면, 경제 여건이 변화해도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우리 한우산업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지속적인 한우 도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매가격은 요지부동이라는 언론기사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한우산업은 산지, 도매, 소매 시장이 구분되는 유통단계를 가지고 있고, 한우가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길러지고 도축·유통되어 소비자에게 전달 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각 시장 구성원(농가, 가공업자, 유통업자 등)이 경제 여건변화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우시장의 유통단계 간 가격연동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그렇다면 한우 유통단계별 시장가격이 정말 연동이 되지 않았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표1>은 산지, 도매, 소매가격 간의 연동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 상관관계가 모
두 90%에 근접할 정도로 상당히 연동이 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상 문제가 되어왔던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간의 상관관계도 91%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가격연동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림1>은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을 동일한 기준으로 쉽게 살펴보기 위해 2008년부터 현재(2023.3월)까지 지수화(2023.1=100)하여 도식화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 도매·소매가격간에 연동이 아주 잘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도매·소매 가격선 사이에 검정 화살표와 적색 화살표가 곳곳에 표시되어 있는데 검정 화살표와 적색화살표의 길이 차이에 그 해답(가격연동문제)이 있다.
검정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는시기는 대부분 도매가격이 상승하는 시기로 소매가격과의 차이가 아주 큰 것(long)을 알 수 있다.
적색 화살표는 대부분 도매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로 소매가격과의 차이가 아주 작은 것(short)을 알 수 있다. 즉, 도매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소매가격은 그에 상응하게 상승하지 않으며, 도매가격이 하락하여 농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오히려 소매가격이 하락하지 않거나 되려 상승하여 수요(소비)가 확대되는데 걸림돌
로 작용하여 한우가격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올해에는 도매가격 하락폭이 과대하여 소매가격과의 지수 차이가 아예 없어지는 사상 초유의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는 상승·하락기간별 도·소매가격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서도 증명이 되었는데, 상승기간에 비해 하락기간의 상관관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표2 참조).
알다시피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가격연동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가격연동을 위한 노력은 한우산업 안정화와도 연계되기에 정부를 비롯한 관련기관·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로부터 한우가 프리미엄 소고기라는 인식을 유지·확산시키기 위한 노력(홍보, 교육 등)과 체계
적인 수급조절 방안이 실행되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유통업체와의 협력(소비촉진 등)을 강화하여 소비자에게 외면받지 않기 위한 전략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