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정착, 소비자에게 달렸다

  • 등록 2023.05.03 13: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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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최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동물복지 관련 토론회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국회의원과 동물복지완 관련된 공무원, 축산 관련협회 및 농장주들이 다수 참석해 진행된 토론회의 주요한 쟁점은 ▲일반 소비자들도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산업가축들이 본연의 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장식 축산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종전의 축산물가격 대비 동물복지축산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에 부담을 느껴 아직 활성화된 소비가 되지 않고 있다 등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나왔던 것들은 △농가나 생산자협회는 동물복지 축산물의 차별성을 충분히 홍보하고 △정부에서는 기존 축산 농가들의 동물복지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금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동물복지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물론 사육 가축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사육수수를 줄여야만 한다. 증가한 비용에 회수가 불분명하면 동물복지 사육으로의 전환을 주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동물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칙에는 동의하나 과거에 비해 인상된 동물복지 산물의 가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간극을 과연 누가,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는 옳고 그름을 떠나 반드시 사회적인 합의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 현재에도 동물복지를 위해 추가 투자금에 대한 농가들의 부담으로 동물복지인증사업이 지연되고 있고, 심지어 일부의 농가들은 이러한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이미 획득한 동물복지인증을 반납하는 사례까지 있다. 특히 오는 2025년부터 산란계농가의 경우, 수당 사육면적이 현재의 0.05㎡에서 0.075㎡로 적용되고, 돼지농장에는 2030년부터 임신 모돈 스톨을 없애고 군사시설로 전환해야 하는 문제 등에 봉착하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첨예한 현실을 어떻게 뛰어넘어야 할지 난제가 많다. 
동물복지 사육으로의 전환을 하면 대략 농가의 경제적인 부담이 약 20%가량 추가로 소요되는데 해법을 마련하기가 난감하다. 물론 우리 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러한 충돌적인 상황을 겪었고, 일정부분은 강제적인 법제화로 밀어부쳐 궤도에 올라섰지만, 아직도 산적한 문제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은 예전에 비해 엄청 달라졌다.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의 치장에서부터 먹거리도 과거에 비해 많이 고급화됐고, 집을 비워야 할 때는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사육 전문장에 맡기는 등 장족의 발전을 했다. 이러한 것이 진화돼 산업가축의 동물복지도 촉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눈에 확 띌 정도로 개고기소비는 뒤안길로 사라졌고, 그 가게들의 상당부분이 이미 염소고기 등 다른 메뉴로 전환을 했다. 아마 멀지 않은 시간에는 아예 개고기가 자취를 감출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총체적으로는 동물에 대한 애호의 감정이나 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역시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 한 자유시장경제에서 동물복지산업의 발전은 갈 길이 험난하다. 
꽃을 가꾸고, 정원을 꾸미기 위해 일정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듯 이제 우리 식탁에도 우량한 먹거리를 위한 소비자들의 넉넉한 인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어느덧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우리들이 과거 없어서 못 먹거나 모자랄 때와는 이제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유기농까지는 아닐지라도 HACCP기준은 물론 비 위생, 비 건강적인 환경에서 사육되는 축산물은 이제 정리돼야 할 시점이다. 먹거리 문화는 일정한 궤도에 오르기가 어렵지 그 단계를 지나면 저절로 정착되는 것이기도 하다. 
친환경, 동물복지가 이제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가까이 있고,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인식해야 할 때다. 그러한 측면에서 소비자는 생산자를 격려해 더 우량한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동물복지에 관심이 더더욱 필요하다. 특히 국내의 동물복지는 닭고기와 계란에 치우친 경향이 없지 않은데 다른 가축들도 적극 동참해 전체적인 축종(畜種)이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문화로 정착되기를 바라고 싶다. 산업의 발단은 생산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소비 여하에 따라 추가적인 발전이나 속도가 결정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소비가 없는 생산은 시대를 불문하고 지속될 수 없음이 역사적으로 충분히 증명돼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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