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윤봉중 본지 회장
존립 위협하는 현안 차고 넘치는데
축산업계는 무사태평, 각자 도생 골몰
힘·중지 모아 인조육 등 논리적 대응
규제 아닌 진흥정책 유도 사력 다해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창일 때 미국에 사는 친구 K로부터 영상전화가 걸려 왔다. 연평도 포격도발 때도 필자에게 전화를 했던 그는 밑도 끝도 없이 “괜찮으냐”는 안부를 묻더니 “어찌 그리 태평일 수 있는가”라며 역시 밑도 끝도 없는 말로 퉁을 놓았다. 생필품 사재기 등 난리법석이 날걸로 생각했던 고국의 상황이 예상외로 차분한데 대해 다행이라면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필자는 최근 축산의 존립을 뿌리 채 뒤흔들 위험천만한 현안들에 둘러싸인 축산업계를 보면서 경우는 다르지만 K처럼 안부(安否)를 묻고 싶은 심정이 된다.
축산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현안들은 한 둘이 아니다. 머지않아 현실화될 듯한 인공육(肉)과 인조육, 환경부의 온실가스배출량 심의 등 축산의 존폐가 걸린 각종 현안들이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차고 넘친다. 그러나 축산업계의 대응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무사태평, 천하태형인 듯한 표정이다. 이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무기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힘이 달려 도저히 해볼 도리가 없는 말하자면 족탈불급(足脫不及)일까. 그렇다면 학습된 무기력인가.
우리 축산업계의 이런 모습은 결국 구심점의 문제다. 힘을 한 곳으로 모으는 주체의 부재로 인해 구심력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각 분야별로 대열은 아랑곳 않은 채 모두 제각기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원심력만 커지는 게 작금의 축산업계 상황이다. 힘을 합쳐도 시원찮은 판에 홀로만 있고 함께가 없다. 홀로는 독단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물론 함께만 우기는 것도 맹목(盲目)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홀로와 함께의 조화로 풀면 될 문제다. 따로 할 건 따로 하고 같이 해야 할 건 반드시 힘을 합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축산업계가 힘을 합쳐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일이 어디 한둘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른바 ‘대체육’으로 불리는 인공육(인조육)의 명칭 등 관련문제를 다루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농식품부 역시 이에 질세라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육성이라는 명분하에 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포(砲)문이 열리고 포탄까지 장전되어 발사 신호만 남아 있는 형국이다. 온실가스와 냄새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빌미로 한 각종 규제와 여론몰이도 발등의 불이다.
답답한 것은 이런 현안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고, 더 답답한 것은 중지를 모으는 노력 없이 각자도생(各自圖生)에 골몰하는 듯한 업계의 모습이다.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우군과 논리를 만들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전파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인데도 말이다. 이런 문제를 놓고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개별 단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축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단체와 자조금은 바로 이럴 때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물론 힘을 모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도둑은 대문 밖에서 막는 게 상책이다. 몽둥이를 든 채 한 손으로는 문고리를 붙잡고 “어디 들어오기만 해봐라” 식의 나약한 대응으로는 절대 집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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