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양창범 석좌교수(제주대학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및 곡물가의 급상승으로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곡물가의 상승은 사료비가 축산물생산비의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커다란 부담이면서, 축산물 가격의 급상승으로 이어져 소비까지 둔화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기상청의 장기예보 전망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 기온은 평년 평균기온(7월 평년 24.6도, 8월 25.1도)보다 높을 확률이 50%라고 한다. 이같이 향후 날씨까지 무더워지게 되면 가축의 고온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이 된다. 따라서 축산농가에서는 사료비 절감과 함께 여름철 고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고온 스트레스(Heat stress)가 가축의 생리에 미치는 영향을 간략히 살펴보면, 가축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각종 생체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즉 항온동물(恒溫動物)인 가축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조절기구가 있어 환경온도가 크게 변화하여도 체내 열생산과 열소실의 기전을 이용하여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는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 동물에서 체온유지를 위한 대표적인 대사기전은 열생산인데 이는 대사작용에 의해 끊임없이 일어나는 반응이다. 열생산은 소화과정의 조절을 거쳐 내분비 시스템과 신경 시스템에 의해 직접적으로 조절되기도 하고, 호흡 활동의 변화에 의해 간접적으로도 조절된다. 이러한 열생산은 가축이 섭취한 에너지로부터의 축산물 생산, 물질 대사, 활동, 소화, 유지와 같은 일련의 생명활동이다. 따라서 고온 환경에 있는 가축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열생산을 억제하기 위해서 사료 섭취량은 줄이고, 몸 밖으로 에너지, 열 및 수분 등을 배출하려 하기 때문에 생산성 저하가 수반된다. 한편 고온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가축은 체열 방출을 위하여 기초 대사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체온이 상승하여 극심한 경우 폐사에까지 이르게 된다. 또한 가축이 생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적정온도 범위를 온열중성대(TNZ:Thermoneutral zone)라 하며 항온동물인 가축은 온도 변화에 대한 적응범위가 비교적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온열중성대가 비교적 넓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의 기후조건은 생산능력을 높이는데 최적 조건은 아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온열중성대보다 외부 온도가 높기 때문에 사료 섭취량 감소로 인한 발육 및 생산성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한편 온열중성대를 넘어서 가축이 체온유지를 위한 기본 대사범위를 변경해야만 하는 열 환경의 분기점을 임계온도(臨界溫度)라 하고, 그 상·하한선을 각각 상한임계온도, 하한임계온도라고 한다. 하한임계온도를 벗어난 한냉대에서는 체온유지를 위해 체열의 손실이 크게 증가되고 몸이 떨리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대사열 생산이 증가한다. 반면 상한임계온도보다 외기 온도가 높을 경우 체열을 신속하게 발산하지 못하여 호흡과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발육 및 번식장애, 질병발생 증가와 폐사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높은 외기 온도에 의한 피해는 여러 축종 중에서 돼지와 닭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땀샘의 퇴화로 인해 체열 발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축의 밀집 사육으로 인해 그 피해는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온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을 여기에서 소개하기는 지면 관계상 생략을 하지만, 각각의 농장에서 그간 고온으로 인한 피해와 극복한 사례를 되새기면서 축사환경 개선과 사양관리에 대한 대비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축사환경의 기본요소인 온도·습도·환기 조절과 관련된 시설과 장비 등의 점검과 보수와 함께 관리자의 안전(열사병 발생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한 국립축산과학원 홈페이지 축사로(똑똑한 농장관리 프로그램)에서 ‘가축사육기상정보’를 이용하여 동네별 가축 더위지수에 대한 실시간 정보 활용 및 ‘폭염피해 예방을 위한 가축사양 및 위생관리 요령(리후렛)’ 등을 참고하여도 좋고, 최근 축산신문(5월 20일자)에 게재된 ‘건강한 여름나기, 수익 가른다’를 필독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최근의 농장관리 여건(외국인 근로자 고용 인력 증가 등)을 고려할 때 농장주의 고온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함께 외국인용 ‘고온기 가축관리 매뉴얼’도 제작하여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제유가 및 사료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함께 여름철에 가축의 생산성 유지를 위한 고온 피해대응 등 축산인들의 고민과 힘든 활동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강인한 축산·국민을 생각하는 축산’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축산인의 생각과 행동이 있을 때 국민으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