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축산물 자급률에 대한 단상

  • 등록 2021.02.24 10: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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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창 범 석좌교수(제주대학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제주도 뚫렸다’라는 제목과 함께 ‘94번째 발병…닭·오리 등 2천700여만마리 살처분(’21년 2월 14일 기준)’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어느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축산인들의 마음과 소비자의 마음은 어떨까? 축산인들의 마음은 아마 이럴 것이라고 본다. 질병이 발생한 여러 농장의 어려움에 대한 동정과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하 HPAI)에 대한 조기 종식을 희망할 것이다. 아울러 계란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로 계란을 수입하는 정부의 대책에 대한 우려 등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반면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면 가금류의 HPAI 감염이 늘면서 가족과 함께 평소 즐겨 먹는 계란, 닭고기와 오리고기 값이 많이 오르면서 밥상물가에 대한 걱정을 먼저 했을 것이고, 농촌에서 고생하는 농업인들의 고마움도 가슴 한쪽에서는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듯 축산인의 입장과는 다르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축산물 가격 등락이 구매의사 결정 과정에 예민하게 작용하는 것 중의 하나다. 따라서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다는 명분으로 반세기 동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제일 오르지 않은 대표적인 생필품인 계란까지 수입하게 된 것인지. 그리고 축산물 자급률은 어느 선까지 지켜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나름 만족할 것인지?  

작년 한 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축산물 자급률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가 지구촌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농축산물 수출국들이 팬데믹 선언 이후 수출중단 또는 식량이동의 제한으로 시장이 냉각된 탓이 주원인이다. 쇠고기의 경우 2019년 약 42만 6천톤을 수입했으나, 지난해에는 이보다 감소한 41만톤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자급률이 높은 편이지만, 특히 코로나19 상황인 작년의 경우 자급률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된 이유로는 국내 돼지 출하량이 1천800만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수입은 2019년보다 약 30% 감소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상황에서 외식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가정(일명 집콕)에서 온라인 주문 등에서 수입산 돼지고기보다는 국내산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것이 수입물량을 감소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가금류의 경우 자급률은 2019년에 비하여 작년도가 약간 높아지거나 비슷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닭고기의 경우 작년초에는 수입실적이 낮은 편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급격히 증가했지만 전체 물량은 약간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리의 경우도 수입물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계란의 경우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내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며, 수입량은 이전 해인 2019년에 비하여 증가하지 않는 경향이다. 허나 최근 HPAI 확산에 따른 계란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진행되고 있어서 축산농가는 불만을 토로하고, 정부 당국은 소비자 물가를 걱정하는 서로 다른 시각을 노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축산물의 적정 자급률을 설정하고 실질적으로 실천하는 일이 가능한 사안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주요 곡물의 자급률 추이를 살펴보자. 농식품부에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주요 곡물의 자급률(2019년 기준)을 살펴보면 쌀 92.%, 밀 0.7%, 콩 26.7%, 보리 47.7%, 옥수수 3.5%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적인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식량 공급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곡물자급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또한 축산물 자급률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것은 주요 곡물보다도 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축산물의 생산과 소비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가축질병, 수입 축산물의 가격, 식품안전의 사회적 이슈 발생 여부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작용하지만, 국제 사료곡물 가격과 수입위생조건 등 농축산물 수출국인 외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료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이 21.7%(2018년 기준)로 매우 낮은 우리나라의 사료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축산물 생산비의 50% 내외(축종별로 차이가 있음)가 사료비에 영향을 받고 있어 국제적인 곡물 생산 동향에 매우 민감한 사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차원에서 일부 축산물에 대한 자급 목표를 나름 설정하여 진행하고 있으나, 어쩌면 평면적인 대책이며 달성이 어려운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축산물 자급률에 대한 목표를 세우지 말자는 주장은 아니다. 국내산 축산물 소비 촉진과 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육류(축종)별 자급률 향상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계획을 정부와 생산자 단체(협회) 등에서 주기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축산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지향점이 축산인이 소득향상과 함께 소비자의 만족 정도(가격과 품질 등)를 고려하여 다양한 자료 분석과 첨단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본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사례로 HPAI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폭등한다는 보도가 나오기가 무섭게 정부는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하여 미국산 계란을 수입하고 있으나, 계란 가격은 쉽사리 낮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농가는 수입을 반대하고, 정부는 물가안정 차원에서 수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드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것이다. 양쪽의 이해관계와 논리가 나름대로 있겠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에 대하여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국익과 농가 입장을 균형적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자세를 갖고 냉철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최근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기아 팬데믹 가능성에 대하여 경고했다. 당장은 질병 확산을 막느라 대문을 걸어 잠그기에 바쁘지만, 2021년에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붕괴와 같은 코로나 폭풍으로 기근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감염병 발생과 기후변화 속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축산물 자급률에 대한 명암을 깊이 생각하여 관련 정책과 농가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축산농가에서도 곡물 한 톨이라도 더 절약하여 생산비를 낮추고, 품질이 좋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축산물의 자급률을 높이는데 필요한 공존의 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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