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점검>돼지고기 등급제, 소비시장 간극 좁히려면

  • 등록 2021.01.27 11: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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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선호도 높은 삼겹살 중심 새 틀 필요”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유통업계 “등급기준 자율 적용, 소비시장 능동 대응을”

육량위주 단순화…도체중·등지방 기준 확대조정 요구도


소비자들은 쇠고기를 구입할 때 우선 등급을 살핀다. 그리고 그 등급에 따라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등급이 소비자 선택기준이 된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그렇지 않다. 굳이 등급을 따지지 않는다. 심지어 돼지고기 등급제(돼지도체 등급판정기준 제도)를 모르는 소비자도 상당수다.

20여년 전 똑같이 출발했지만, 왜 상반된 길을 걷게 됐을까. 

소·돼지고기 등급제 의무화는 지난 93년 6월 서울특별시부터 시행돼 광역시, 중소도시 등으로 연차적으로 확대됐고, 2003년부터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일괄적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쇠고기의 경우 30개월 이상 장기사육을 통해 마블링 등에서 품질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6개월 단기사육하는 만큼, 개체별 품질변별력이 크지 않다고 전한다. 돼지고기는 ‘등급=품질’ 공식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 등급제는 소비시장과 잘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축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제 1+등급을 받은 지육이 소비시장에서는 다른 등급과 혼합판매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시권 소비자들은 지방이 많은 1+등급보다 오히려 1등급 삼겹살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가공업체 등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도 제각각이다보니 공통된 등급제 기준마련이 쉽지 않다. 결국 등급은 농가와 가공업체 사이 원료돈 구매기준에 그치고는 한다.

또한 현행 온도체 판정으로는 정확한 등급판정을 기대할 수 없다. 온도체 판정 이후 도체 온도가 변화되면서 지방침착도 등에서 품질이 바뀌기 때문이다.

소비자 혼란 뿐 아니라 생산현장 이의신청이 다수 발생하는 이유다.

생산자들도 돼지고기 등급 일괄 의무적용이 품종·브랜드별 품질 차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토로한다. 예를 들어 백색돼지·흑돼지 등급 기준이 동일해 흑돼지 생산에 뛰어들 수 없다고 전한다.

이것은 ‘이베리코 열풍’ 빌미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아울러 축산물 품질 향상, 유통원활, 가축개량 등 당초 돼지도체 등급제 도입 목적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축산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삼겹살 평가 중심으로 등급판정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돼지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모돈·암수·거세·특화품종 등으로 등급판정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다.

특히 가공·유통 업계에서는 획일적 등급기준 의무적용에 따라 소비자 요구에 능동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무화 대신 자율적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육량 위주로 등급제도를 단순화하고 도체중·등지방두께 기준을 확대조정하는 등 현장과 보다 가까운 돼지고기 등급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돼지고기 등급제 개선 논의, 올해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영길 kimy29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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